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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국정농단 출발점이자 종착역"vs"대어 낚으면 잔챙이는 풀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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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정유라 측, 영장실질심사서 공방

檢 "범죄수익은닉·도주우려"…鄭 "말세탁 몰라"

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7.6.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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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이균진 기자 =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21)의 구속여부는 검찰의 승부수인 '말(馬) 세탁'과 관련된 혐의의 소명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2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정씨의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12시50분쯤 종료됐다. 지난 2일 진행된 정씨의 첫번째 영장실질심사는 3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영장실짐심사에서 검찰은 '삼성 승마지원'의 직접적 수혜자 정씨가 범행 과정에 적극 가담하는 등 국정농단 사건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라고 주장했다. 정씨 변호인은 국정농단 전체 사건에서 정씨는 비중이 크지 않은 '잔챙이'에 불과하다는 논리로 구속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 2일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만을 적용,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기존 범죄사실에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당시 법원이 범죄 소명 부족이 아니라 정씨의 가담 경위와 정도를 볼 때 구속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만큼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추가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에 달려있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정씨 주변인 조사를 통해 관련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정씨의 아들 보모와 마필관리사, 전 남편 등을 소환해 정씨의 해외도피 과정, 삼성의 승마 지원과정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씨도 연이틀 소환해 관련 혐의를 캐물었다.

검찰은 최씨 측의 독일 내 재산 동향을 상세히 알고 있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도 소환해 보강조사를 벌였다. 이 전 지점장은 독일에서 최씨의 송금업무와 현지 유령회사 설립, 부동산 구입 등 각종 재산관리를 도운 인물이다. 그는 검찰에서 정씨도 삼성의 지원 과정 전반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가조사 과정에서 최씨 측이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은 말 비타나V 등을 블라미디르 등으로 바꾼 말세탁 과정을 정씨가 알고 있었다고 볼만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2015~2016년 최씨 측에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비타나V·라우싱1233 등 3마리를 제공했다. 최씨 측은 비타나V 등이 언론에 노출되자 삼성과 상관없는 말을 소유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비타나V와 살시도를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했다.

정씨 조사를 담당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최씨 측이 삼성으로부터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말을 지원받은 것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과정에 정씨가 관여 또는 개입한 것으로 보고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씨가 '단순 수혜자' 수준을 넘어 뇌물수수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정황 등도 적극 설명했다.

검찰은 추가조사를 통해 정씨가 덴마크 구금기간 중 지중해 연안국가인 몰타의 시민권 취득을 시도했던 정황과 관련해 도주 우려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정씨 측은 말세탁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했고 최씨가 최종 의사결정을 하면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영장실질심사에는 이경재, 오태희 변호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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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17.6.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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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를 마친 정씨는 "(법정에서) 사실 그대로 말씀드렸다"며 "(나는) 도망갈 우려가 없다"고 울먹였다. 그는 말 세탁 의혹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며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정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새로 추가된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며 "판사님께 말하겠다"고 했다. '제3국 시민권 취득 시도와 관련된 도주 우려'에 대해서도 "아들이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고 전혀 도주할 생각도 없다"라고 단호히 말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말 세탁과 관련한 부분은 말 중개상과 삼성, 최씨 사이에 가격 지급을 둘러싼 다툼이 있는 민사 사안"이라며 뇌물수수 의혹과는 선을 그었다.

이어 "정씨는 관련 내용에 대해 모른다. 말 중개상과 삼성, 최씨 등만이 아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또 "검찰 주장이 정씨가 국정농단 사건의 출발점이나 종착역이라고 하는데 어디서 이런 뜬금없는 얘기나 나왔느냐"며 "기가 막힌다. 그럼 그동안 국정농단의 출발점도 못 찾고 수사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정씨는 이 사건 전체로 보면 저 끝에 있는 한 부분이다. 그렇게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 대어를 낚으면 잔챙이는 풀어주는 법"이라며 국정농단 사태 중 정씨의 혐의는 비중이 작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몰타 시민권 취득 시도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정씨 본인이 시도한 것이 아니고 국적 브로커가 제안을 했고 정씨가 거절했다는 것이 전부"라며 정씨가 사실상 자진 입국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정씨가 삼성이 컨설팅 명목으로 돈을 건넨 최씨 소유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에서 월급을 받았다는 것과 관련해 "정씨 월급이 나갔다. 삼성과 용역계약을 할 때 선정 대상이 된 선수에 대해서는 월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 자체가 돼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씨는 서울중앙지검 내 유치장소에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즉시 구치소에 수감된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정씨의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도 추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 확보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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