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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매각 위기’ 91년 역사 양조장, 시민들이 보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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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문화예술단체 ‘인천 양조장 구하기 모임’ 발족

시민 모금 통해 매입후활용 방침…'인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뉴스1

1926년 문을 열어 70여년간 양조장으로 활용되다 최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인천 '스페이스빔' 내부 모습. (인천 양조장구하기 모임 제공) 2017.6.19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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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91년 역사를 지닌 인천의 옛 양조장 건물이 매각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이 나서 공공자산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근 인천의 한 지자체가 주차장 확보를 위해 115년된 옛 비누공장 건물을 문화재적 가치평가 없이 철거하다 비난을 받는 등 지자체의 마구잡이식 문화유산 관리에 한계를 느낀 시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19일 인천 시민·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인천 지역 시민·문화단체들은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인천 동구 창영동 7 옛 양조장 건물을 시민들의 모금으로 매입한 뒤 운영하는 문화유산 공동자산화 운동을 준비 중이다.

이곳은 1926년 건립돼 70여년간 인천 지역 대표 양조장으로 운영됐다. 이후 해당업체가 경영상의 이유로 공장을 이전한 뒤 방치되다 2007년부터 문화연구·전시 공간인 ‘스페이스빔’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이 건물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이 소유주는 최근 스페이스 빔에 계약 만료 기간인 올해 말 해당 건물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인천 동구가 이를 매입해 관광안내센터로 개조해 사용할 계획이지만 문화예술계가 이에 반발, 독자적인 보존 활동에 나섰다.

이에 시민·문화예술단체들은 최근 ‘인천 양조장 구하기 모임’을 발족,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16일 스페이스빔에서 ‘인천양조장 시민자산화를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어 향후 양조장 건물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인천양조장 구하기 모임은 이달 말까지 사단법인 ‘인천문화양조장’(가칭)을 창립한 뒤 이후 스토리펀딩 등을 통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금 마련을 위한 활동에 들어간다. 사단법인에는 발기인 1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해당 건물을 근대 산업유산으로 보존하면서 문화적으로 재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대산업유산의 경우 문화유산과 달리 별다른 보호 대책이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시민 주도의 보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최근 인천 중구가 주차장 부지 조성을 위해 115년 역사를 지닌 옛 비누공장 건물을 문화재적 가치평가 없이 철거하는 등 지자체가 근대산업유산 보존에 소홀했다는 점이 이들의 활동을 부추겼다.

인천 양조장 구하기 모임은 이번 활동을 근대산업유산을 시민 자산화하는 모범 사례로 만들어 옛 비누공장 철거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해당 건물에 입주해 스페이스빔을 운영하고 있는 민운기 대표는 “해당 건물의 매입가는 12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곳을 도시 혁신의 거점 공간으로 꾸려 시민과 민간차원에서 근대 역사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모범사례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자발적 모금이나 기부·증여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 또는 문화자산을 확보해 시민 주도로 보전·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National Trust·국민신탁운동)이다. 2001년 경기 용인 대지산 지키기 운동, 2003년 서울 우면산 지키기 운동 등이 성공사례로 꼽힌다.

ym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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