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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예약이 끝났습니다"…윤달 맞은 화장터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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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 속설 탓 수요 급증

서울시립승화원, 조기예약·화장로 전부가동 대책 마련

화장 예약 대행업체, 불법 화장 등 일부 불법·편법도

화장 대세지만 시설 부족…주민 반대로 신축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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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현욱 권오석 기자] “윤달에 맞춰 경기 이천에 묻혀 계신 시아버님을 집 가까운 곳으로 옮기려 했는데 화장장 예약이 너무 어렵네요.”

지난 2013년 시아버지 상을 치른 인천 연수구에 사는 이모(54·여)씨는 “매년 묘지 관리도 힘들고 묘지와 거리도 멀어서 어렵사리 결심했는데 다음 윤달로 미뤄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윤년…개장 화장 대기 수요 몰려

3년 만에 돌아오는 윤달을 앞두고 전국 60곳 화장(火葬)시설에 예약이 쇄도하는 등 관련업계는 대목을 맞았다. 예로부터 윤달은 잡신들이 잠을 자는 기간이기 때문에 화를 입을 일이 없다는 이유로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여서 이사나 이장, 결혼 등의 적기로 여겨왔다. 양력 기준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가 음력으로 5월인 윤달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윤년인 2012년과 2014년에 개장 유골 화장 건수를 각각 8만 7982건과 8만 15건으로 집계했다. 평년인 2013년(4만 8206건)과 2015년(4만 6453건)에 비교해 2배 가까이 많았다. 개장 유골 화장이란 일반 묘지에 매장한 시신을 꺼내 화장한 뒤 봉안당에 안치하는 것을 말한다.

복지부는 올해 여유를 갖고 분묘 개장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개장 유골 화장 예약기간을 15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앞당겼다. 윤달 첫날인 6월 24일 화장시설을 이용 예약 접수를 한 달 전인 5월 24일 0시부터 온라인으로 받는 식이다.

서울시립승화원 관계자는 “연일 화장 예약신청이 새벽 0시 서버가 열리자마자 끝난다”고 전했다. 서울시립승화원 측은 현재 21기의 화장로(예비 화장로 2기 포함 총 23기 보유)를 가동해 윤달 기간 일반화장은 하루 94구, 개장유골 시신은 하루 41구까지 화장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19일 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의 화장시설예약현황을 보면 서울시립승화원의 개장유골 화장 예약은 이미 윤달 시작일인 24일부터 예약 가능한 한 달 후 7월 19일까지 모두 마감됐다.

화장시설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보니 불법과 편법도 판을 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에서는 뒷돈을 주고받고 화장시설 예약을 대행해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장 예약이 어렵다 보니 묘지 근처나 산속에서 불법으로 유골을 태우는 화장 대행업체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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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화장 장례문화 변화…화장터 부족에 몸살

장례문화는 윤달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매장(埋葬)이 아닌 화장이 대세가 됐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벌초를 할 여유가 없어 관리 자체가 힘든 탓이 크다. 아울러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화장을 장려한 영향도 있다. 윤달이면 묘지를 개장해 화장한 뒤 봉안당에 안치하거나 선산에 묻으려는 문의가 쇄도하는 이유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도 전국 화장률은 80.8%(2015년 사망자 27만여명 중 22만여명)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1994년도 당시 화장률 20.5%에 비해 4배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간 화장률 추이를 보면 2011년은 71.1%, 2012년 74%, 2013년 76.9%, 2014년 79.2%다. 나이별로도 60대 미만 사망자의 화장률은 94.5%에 달한다.

화장 문화 확산에도 지역 주민 등 반대로 화장터 신설 및 증축 어려워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은 화장시설을 더 짓지 않으면 화장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안산시는 양상동 서락골 일대에 화장로를 갖춘 추모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주민의 반대로 결국 사업을 전면 철회했다. 경기 화성시는 인접 시와 함께 화장로 13기를 포함한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정부지 인근 주민이 환경 피해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명수 고려대 교수는 “화장터를 포함한 기피시설 신설에 대한 반대는 땅값 하락 등으로 지역주민 처지에서 불가피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공동체 구성원이 최대 이익을 누리려면 토론과 협의를 통해 반대를 딛고 사회 공공성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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