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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화가의 꿈 이룬 ‘야쿠르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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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경씨, 개인전 수익금 모자가정 후원에 쾌척
한국일보

'야쿠르트 아줌마 화가' 민은경씨가 배달을 마치고 화실로 사용하는 집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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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꿈을 이루었으니 나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자가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야쿠르트 아줌마 화가’민은경(44)씨가 최근 개인전 수익금 150만원을 저소득 모자가정을 위해 써달라며 충남 아산시에 기탁했다.

민씨는 매일 아침 충남 아산시청과 집에서 10㎞ 떨어진 염치읍 아파트 단지에 야쿠르트를 배달해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린다.

대학에 다니는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그는 배달 일을 마치면 집과 스승의 화실에서 그림실력을 키우고 있다. 민씨는 2011년부터 3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19차례나 단체전,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등 지역화단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민씨는 여느 화가처럼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어릴 적 미술학원에 다니는 또래 아이를 부러워하며 사생대회마다 출전하며 언젠가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결혼 이후 육아와 생활형편은 희망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민은경씨가 충남 아산시청에서 야쿠르트 배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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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일은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1시에 끝난다. 그러나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딸 때문에 선뜻 그림을 시작하지 못했다. 2008년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서자 집 근처 미술입시학원에 들어가 스케치와 데생 등 미술의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민씨의 숨은 재주와 순수미술에 대한 열정을 알아본 학원장은 천안에서 활동하는 중견화가 김준식씨에게 추천했다. 김화백에게서 수채화와 유화를 배운 그는 빠르게 실력을 쌓았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면서 자신의 그림세계를 만들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은 시작이었기에 몇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 부족한 예술과 인문학 소양을 채우기 위해 방통대 문화교양학과에 진학했다.

10년간 꽃과 아산의 풍경을 미친 듯이 그려온 그는 화단으로부터 ‘기본에 충실한 그림, 화폭에서 성실과 근면함이 보인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꽃 그림에 빠진 이유는 꽃과 여성, 엄마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그의 가치관 때문이다. 지난달 연 개인전에 내 놓은 작품 20점도 모두 꽃 그림이었다.

민씨는 “작품활동을 통해 꾸준히 모자가정을 도울 예정”이라며 “늦었지만 그림을 배우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에게 내가 지닌 재능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아산=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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