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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방정환 아저씨 말한 '즐거이 놀 시설' 94년 지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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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3살짜리를 위한 사교육이 등장했다. 유치원때 한글은 물론 영어 학습도 기본이다. 초등학생부터는 학원에 시달리는게 일상이다. 시간이 있어도 만만치 않다. 공공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해 놀이도 비용이다. 어느덧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는 사라졌다. 반면 선진국들은 점점 놀이에 주목한다.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걸 깨달은 결과다. 특히 자율과 창의, 융합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놀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놀이의 재조명이 절실하다.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①-5. 아동 '놀 권리'의 역사]

머니투데이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어린이가 배우고 즐거이 놀 만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할 것.'

우리나라에서 아동의 '놀 권리'에 처음 주목한 사람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다. 1923년 첫 어린이날 기념식을 열며 선포한 아동권리 공약(3장) 중 하나에 놀 권리를 넣었다. 어린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당시에는 파격적 내용이다. 방 선생은 어린이 노동을 금지하고 교육하자는 내용과 함께 '놀 권리'를 언급했다.

그럼에도 먹고 살기 바쁜 한국 사회 속에서 아동의 놀 권리는 94년간 주목받지 못했다. 1957년 33회 어린이날을 맞아 내무부 등 장관 명의로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공포됐고 1988년 한 차례 개정도 됐지만 아동 정책은 빈곤층 지원과 교육에 집중됐다. 2015년 정부가 아동놀이 정책을 만들겠다는 아동 기본 계획을 내놓은 후에도 구체적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처음 놀 권리가 언급된 시기는 우리와 비슷하다. 1922년 영국 국제아동기금단체연합이 세계아동헌장을 발표하면서 제25조에 '모든 학교는 놀이터를 갖추어 모든 아동이 방과 후에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할 것'이라는 항목이 들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국제연합)은 제네바 선언을 재검토해 1959년 '아동권리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 제7조에는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와 함께 '놀이와 여가 시간을 가질 권리'가 명시됐다. 교육만큼 아동에게 놀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사례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놀 권리는 글에만 남아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통해 '아동이 휴식하고 여가를 즐기며,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참여하고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아동 권리를 인정한다'(31조)고 유엔 회원국들이 합의했다. 한국 역시 이 협약에 동의했다.

이때가 세계적으로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처음으로 국가 정책이 아동놀이를 다뤄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협약이었다.

정부의 놀이 정책은 지자체, 교육청, NGO(비정부기구) 등을 동시에 움직이기 위해 필수다. 학부모, 교육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 없이는 놀 권리를 보장하기 어려운데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정부다.

예를 들면 놀이시간 확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놀이 공간 제공, 아동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 개발·보급, 놀이 지도자 확보, 인센티브 등이 놀이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다.

가장 최근 유엔이 놀 권리를 강조한 것은 2013년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에서 각국이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에 부족한 점을 짚었다. 여전히 정부 차원의 투자가 부족하고 놀 권리 보호 입법도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어른들의 차별 문제가 아동 놀이 영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이 우려를 낳았다. 여자 아동, 가난한 아동, 장애 아동, 소수민족 아동 등이 건강한 놀이를 즐기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속하기 쉽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균등한 기회 제공'이 아동 놀 권리 보장에서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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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발표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설명 자료 중 협약 31조에 명시된 아동 놀 권리 내용을 설명한 삽화./사진제공=유니세프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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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기자 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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