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의인 1호 니말 인터뷰
스리랑카·한국 모두 같은 엄마들
연기 속 할머니 업고 나와서 기절
간암 엄마 위해 돈 벌어야 하는데
내 폐 후유증 치료 1년 넘게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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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말이 16일 대구에 있는 스리랑카사원에서 조씨 할머니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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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의상자가 된 소감은.
A : “너무 많이 기분이 좋다. 한국 사람에게 감사합니다.”
Q : 구조 당시 상황은.
A : “올 2월 10일 경북 군위군의 농장에서 오전 일을 마치고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아랫마을 조씨(90) 할머니집에 불이 났다는 말을 들었다. 조씨 할머니의 며느리(불난 집 주인)가 마침 회관에 같이 있었다. 집주인과 함께 1㎞ 거리를 뛰었다. 도착해 보니 이미 불길이 집 전체로 번져 있어 뒷마당으로 돌아가 뒷문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
Q : 할머니를 어떻게 구했나.
A : “안으로 들어가니 연기가 자욱했다. 기침소리가 나서 방문을 여니 할머니가 쓰러져 있었다. 할머니를 업고 나오는데 그새 불길이 더 거세져 방향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우왕좌왕하다 겨우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를 인계하고 바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다.”
Q : 무섭지 않았나.
A : “물론 당연히 겁이 났다. 하지만 스리랑카에 있는 엄마 생각이 났다. 순간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불 속으로 뛰어들어 갔다.”
Q :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발각될 줄 몰랐나.
A : “어머니가 불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불법·합법을 따지겠나. 무슨 일이 있어도 할머니를 꼭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어머니, 한국 어머니, 모두 같은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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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말이 받은 의상자 증서. |
니말은 머리·얼굴·손·손목·목 등에 2도 화상을 입고 한 달 입원치료를 받았다. 유독가스를 흡입하면서 기도를 다치고 폐가 손상됐다. 대구 푸른병원 의사는 16일 진단서에 “만성화 경향을 보이며 상당 기간 치료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Q :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A : “스리랑카에 아버지(70)·어머니(62)·아내(32)·딸(11)·아들(6)이 있다. 아버지는 폐질환이 심하다. 어머니는 석 달 전 간암수술을 했다. 너무 가난하고 거기 수입으로는 도저히 부모님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 2013년 9월 일반기술비자(E-9)로 한국에 와서 인천·대구의 화학공장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된 뒤 군위군 농장에서 일했다. 번 돈의 대부분을 고향으로 보냈다.”
Q : 불법체류를 택한 이유는.
A : “귀국하면 부모님 병 치료비를 대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돈을 더 벌어 돌아가려고 했다.”
Q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뭔가.
A : “우선 폐질환을 완치해 건강을 회복하고 싶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1년은 넘게 걸릴 것 같은데 그때까지 나의 병원비, 고향의 어머니 치료비가 걱정이다.”
니말의 예에서 보듯 불법체류자(21만 명)는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다. 하지만 선진국 중에는 여행객이 다쳐도 무료로 의료 혜택을 주는 나라가 있다. 니말의 비자를 연장해 주고 불법체류 기간을 면제해 주면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800만원을 안 내도 되고 400만~500만원으로 예상되는 불법체류 벌금도 면제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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