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정상화 후 내일 첫 회의]
2020년 1만원으로 올리려면 해마다 15.7%씩 인상해야
일부 위원 "정부가 인상 못박아… 거수기 역할 하라는거냐" 반발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번 주 정상화된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 1만원 즉시 인상'을 요구하며 최저임금위 사퇴를 선언한 근로자 위원 9명이 15일 3차 전원회의부터 복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15일 회의에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지난주 최저임금위 복귀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6일, 이달 1일 열린 1·2차 전원회의는 근로자 위원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근로자 위원 9명은 모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계열이다. 근로자 위원 복귀는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만원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려면 내년부터 3년 동안 연평균 15.7%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사용자·근로자 위원 각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 간 중재 역할을 맡는 공익 위원은 국책 연구원 소속 3명, 대학교수 5명, 공무원 1명이다. 최저임금위는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한다.
최저임금위 정상화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될지가 관심사다. 내년도 인상률이 2020년까지 1만원 실현 여부를 결정할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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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즉시 1만원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 인상 억제를 주장하는 경제계 주장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약 실현을 위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국책 연구원 소속 공익 위원의 후임으로 친노동계 성향의 교수를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익·사용자 위원 사이에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에 대한 불만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최저임금위의 심의·의결 독립성을 훼손하는 월권이자 위법 행위"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의 한 위원은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언제까지 얼마를 인상하라고 공식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우리에게 거수기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정부가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결정할 거라면 굳이 최저임금위를 둬야 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면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라고 공공연히 압박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번 주부터 2주 동안 집중적으로 심의해 오는 29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제출 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근로자 임금 실태와 생계비 분석 등을 위한 현장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가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내년도 인상률을 놓고 격론을 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년에도 최저임금안 제출 시한을 넘긴 적이 많았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기한인 8월 5일 이전에는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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