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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라이프 스타일] 이번 여름엔 다리털 싸~악 정리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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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 관심사로 떠오른 제모

반바지 출근 늘며 털 관리에 관심

다리털 숱 제거기 매출 1년 새 2배

수염 모낭 제거 레이저시술도 인기

‘가꿀 줄 알아야 능력남’ 트렌드 영향

여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제모의 벽이 무너졌다. 깔끔한 이미지를 원하는 남자들은 면도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제모를 한다. 제모가 ‘남성 뷰티’의 주요 축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지난 3월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선 방송인 박수홍이 아버지와 함께 왁싱숍을 방문해 헤어라인 제모를 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박수홍 어머니를 비롯해 출연한 다른 어머니들도 “흉측하다”며 몸서리를 쳤다. 반면 신동엽·서장훈 등 남성 출연자는 “제모 후 인상이 훨씬 좋아졌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성 제모를 바라보는 분위기, 확실히 달라졌다.

다리털 밀고 헤어라인 정리

중앙일보

요즘 외모를 가꾸는 남성은 털 관리에 신경을 쓴다. 특히 반바지를 입을 땐 다리털을 제모해 매끈하게 만들거나 숱을 적당히 쳐낸다. 남성 모델이 남성 전용 다리털 숱 제거기를 사용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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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관심을 갖는 제모는 영역이 꽤 넓다. 눈썹부터 시작해 다리털을 정리하고, 여름휴가철엔 브라질 여성들이 하듯 비키니라인 제모까지 받는다.

가장 손쉽게 깔끔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눈썹 제모는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2016년 한 해 동안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가 운영하는 전국 51개 브로바(눈썹 관리숍)를 다녀간 남성 고객은 무려 4만 명에 달한다. 정효정 베네피트 홍보팀 과장은 “2008년 처음 브로바가 생겼을 땐 1%에도 못 미치던 남성 고객 수가 최근 2~3년 사이 확 늘어 15% 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고객층도 달라졌다. 초기엔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이 많았지만 지금은 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군인까지 매장을 찾아 눈썹을 다듬고 간다.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부위는 다리털. 반바지를 입을 때 수북한 다리털을 그대로 내놓지 않고 정돈된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몇 년 전 등장한 ‘다리털 숱 제거기’는 최근 남성들 사이에 가장 인기를 끄는 ‘뷰티 아이템’이다. CJ 올리브영의 ‘매너남 다리 숱 정리 면도기’는 2015년 대비 2016년 매출이 100% 증가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도 “남성 제모용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라고 확인했다.

직장인 김승현(30·서울 목동)씨도 2016년 여름 처음 다리털 숱 정리에 도전했다. 그는 “온라인쇼핑몰에 다리털 제거기가 인기 상품으로 떠 있길래 ‘한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구입했다”며 “막상 실제로 해 보니 훨씬 깔끔해 보여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젠 덥수룩한 다리털을 그대로 내놓고 다니는 남자들을 보면 지저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제모용품에 돈 쓰는 남자들

중앙일보

실제로 남성들은 제모용품을 얼마나 살까. G마켓에서 남성 고객이 최근 한 달(5월 8일~6월 7일)간 구입한 제모용품 매출은 2016년 같은 기간 대비 20% 늘었다. 이 중 제모크림은 158%, 모근 제거기는 152%나 매출이 증가했다. 남성들의 절대적인 구입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전체 제모용품 구입자 중 남성 비중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병원에서는 수염 제모 시술이 인기가 높다. 레이저로 수염 모낭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이지만 수염이 만들어 내는 거뭇한 점과 모낭염(모낭에 생기는 염증)이 함께 없어져 얼굴이 전체적으로 깨끗해 보이는 효과를 낸다. 비싸도 결과가 좋다 보니 가장 선호하는 시술이 됐다. 피부과 전문의 고우석 원장(JMO피부과)은 “남자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시술이 수염 제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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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제모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 2~3년 새 일이다. 직장에서 입을 수 없어 멀기만 하던 반바지가 남성 직장인에게도 가까워진 게 한몫했다. 조아영 G마켓 뷰티팀 매니저는 그 시작점을 삼성그룹이 여름에 한해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 2015년으로 본다. 2012년 서울시의 ‘쿨비즈 룩’ 입기 운동을 시작으로, 2015년 삼성그룹이 금융사를 제외한 계열사 임직원에게 7~8월간 주말·공휴일 반바지 출근을 허용했고 이어 LG유플러스·SK이노베이션 등 다른 대기업도 동참했다. 조 매니저는 “반바지 출근족이 등장하자 자연스레 다리털 관리에 관심이 생겼다”며 “2015년 여름엔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제모용품 특별전을 열 정도였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제모 바람을 달라진 ‘남성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남성성을 부각시키는 도구가 바뀌었다는 의견이다. 『트렌드코리아』의 공동 저자인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남성 제모 트렌드에 대해 “가꿀 줄 아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로 여겨지는 트렌드와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를 주는 꽃미남이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다 ‘외모=경쟁력’으로 비치다 보니 자연스레 제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지금은 수북한 털 같은 신체적 특징으로 남성성을 드러내기보다 재력·능력 같은 사회적 특징으로 남성성을 드러내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한다. 과거 털을 남성의 상징으로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얼굴·몸매 등을 잘 꾸미고 잘 관리한 남자가 우월적 이미지를 가지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제모는 도시 남성들이 선택할 만한, 잘 가꿔진 모습의 세련된 멋쟁이 느낌을 낼 수 있는 선택 중 하나”라며 “현실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자기 몸을 가꾸고 그걸 드러내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풀이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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