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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박근혜 측 “블랙리스트 부당하다는 공무원들, 구질구질”···“나 같으면 사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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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왼편에 유영하 변호사가 위치해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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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이 ‘부당한 지시’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을 적용·집행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구질구질한 소리”라며 비난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의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집행에 소극적이던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직서를 받은 것에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 등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검찰 측은 블랙리스트 등과 관련해 이미 진행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51)의 공판 기록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제시한 공판기록에는 블랙리스트 업무를 담당한 문체부 공무원 상당수가 청와대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아 관련 업무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 심적 고통이 컸다고 증언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유 변호사는 “지금까지 문체부 공무원들의 증언을 쭉 들어보면 ‘자기들은 정말로 부당한 지시를 받았고 정말 잘못했다’고 말한다”며 검찰이 설명한 공판 기록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저도 공무원을 해봤다”며 “저 같았으면 사표를 내고 나왔을 거다”라고 주장했다. “구질구질한 소리는 안하고…”라는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김 전 실장 등이 2014년 9~10월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을 ‘성분 불량자’로 지목해 사직서를 종용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법무부와 검찰의 인사 체계를 빗대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 변호사는 “(당시 사직서를 낸) 1급 공무원 3명에 대해 업무상 과오가 있었나. 당연히 그런게 있으면 면직이나 징계를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1급 공무원은 임기가 없다. 하루만에 나갈 수도 있다. 해당 3명 중 2명은 1급이 된 지 2년이 넘은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 측이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하며 공판에서 주장한 내용과 같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는 “우리 법무부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법무부의 인사 시스템을 언급했다. 유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이 새로 오면 (사법연수원) 동기나 선배들이 용퇴하지 않느냐”며 “(용퇴하는) 그 분들이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화받을 때 그 것을 직권남용으로 받아들이냐”고 검찰 측에 반문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며 “이런 것(직권남용)을 초점으로 블랙리스트와 관련돼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이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문체부 1차관에 내부 인사가 승진해온 관행을 깨고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이던 정관주 전 차관이 임명된 것은 관행을 깬 인사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의 증언을 문제삼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은 “국민소통비서관 당시 블랙리스트 업무를 담당한 정 전 차관이 (후임) 문체부 1차관으로 임명되자 블랙리스트 업무가 강화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김 전 실장 등의 공판에서 증언한 바 있다.

유 변호사는 “(공무원 인사에) 관행이 아닌 것이 많다”며 “2003년도에 강금실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것은 관행이었나. (법무부 장관은) 거의 검찰 출신이 하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인사를 언급한 데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도 거의 검찰 출신이 했다. 사법시험도 통과 안한 법대 교수가 한 적이 있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을 빗댄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공판조서 내용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은 8일 공판에서는 반대의견을 밝히는 절차를 가진다. “기본적으로 박 전 대통령께서 블랙리스트 관련해 어떤 보고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작성의 책임까지 묻는다면, 살인범을 낳은 어머니에게 살인죄를 묻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며 관련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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