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공판…검찰 진술조서들 증거 채택 가로막아
구속시한 넘기려 ‘시간끌기’…박, 이틀 전보다 여유
착잡한 발걸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열린 뇌물 등 혐의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버스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65) 측이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 대부분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수백명을 일일이 법정에 불러 신문해달라는 사실상 요구에 재판부는 시간낭비라며 난색을 표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1심 재판의 구속시한인 6개월을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제출한 최순실씨(61) 딸 정유라씨(21)에 대한 삼성 뇌물 사건 증거 대부분을 부동의했다. 주민등록번호 조회·판결문 등 객관적인 서류를 제외하고는 증거로 쓰는 데 반대한 것이다. 삼성 뇌물 사건은 참고인만 150여명이다.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는 판사가 직접 듣지 않은 것이라 바로 증거로 쓰이지 못한다. 피고인이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해야 증거가 되면서 판사가 읽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판사가 증거를 믿을지 말지는 다른 문제다. 피고인으로서도 증거로 쓰는 데만 동의하고 그 내용은 부인할 수 있다.
의미심장한 웃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열린 뇌물 혐의 1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버스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조서가 증거로 쓰이는 데 부동의하면서 참고인 전원을 법정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 내용이 많은 데다 상당수가 전문 진술(다른 사람에게서 전해들은 것)이어서 증거로 채택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조서도 있을 것 같고 실무자가 업무처리 내용을 그대로 진술해서 반대신문이 필요 없는 진술조서도 있다”면서 “모두 불러 증인신문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유 변호사는 “공소사실과 관계없거나 실무적인 내용이라면 검찰이 증거 신청을 철회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재판을 지연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추호도 재판을 연기할 의도가 없다”며 “신속한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싶은 열정은 검사님들 못지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1차 공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가 제시한 매주 4회 재판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며 ‘시간 끌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공판 초반 절차 문제에 대한 박 전 대통령 측의 이의제기가 50분 넘게 이어져 증거조사가 지연되자 검찰 측이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사건 때 검찰 수사기록 전체를 제출했고, 지금 법정에 계신 변호사들이 그때부터 다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변호인들의 이의제기가 의도적임을 시사했다.
이날 두 번째로 법정에 선 박 전 대통령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1차 공판에서는 물을 한두 차례 마실 뿐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최씨에게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정면만 응시했다. 하지만 이날은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검사의 말을 들으며 메모를 하기도 했다. 최씨가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지 않아 부담을 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자세한 것은 추후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도 머리핀을 이용한 올림머리를 하고 법정에 나왔다.
<이혜리·박광연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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