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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무학 vs 대선…부산發 소주전쟁 동남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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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주업체인 대선주조가 10여 년 만에 부산을 넘어 인근 지역 공략까지 나서면서 동남권 시장을 두고 소주 전쟁이 다시 촉발할 조짐이다. 대선주조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대선블루'를 앞세워 부산·울산·경남 소주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무학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어서 전세(戰勢)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대선주조는 최근 부산 접경지역인 울산과 진해, 양산 등지에서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현장 마케팅 요원을 100명에서 300명으로 늘린 데다 숙취 해소 음료를 나눠주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동남권 양대 주류업체인 대선주조와 무학의 1차 소주 전쟁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학이 16.9도의 '좋은데이'를 출시하면서 저도주 바람을 불러일으킨 데다 전 대선주조 대주주의 '먹튀' 논란으로 부산 소주 시장의 90% 정도를 차지하던 대선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호기를 잡은 무학은 부산에서 강력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올해 초까지 부산 소주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등 부산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이후 10년간 요지부동이던 부산 소주 시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월 대선에서 출시한 대선블루가 히트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블루는 저도주로 부드러운 데다 복고풍 라벨을 붙여 젊은 세대부터 장년층까지 두루 인기를 끌면서 출시 3개월 만에 500만병을 판매한 데 이어 이달 말 1000만병 판매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이런 기세를 몰아 대선주조가 부산 시장을 넘어 인근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동남권 2차 소주 전쟁이 벌어질 태세다.

무학이 절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울산에서는 10년 만에 대선주조가 활발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울산은 지역에 기반을 둔 소주업체가 없어 한때 국내 유명 소주업체들이 경쟁을 했으나 현재는 무학이 80%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울산 소주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특히 최근 울산은 조선업 불황으로 소주 판매량이 급증해 전국 소주업체들이 호시탐탐 울산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은 대선블루를 앞세워 울산 대표 상권인 남구 삼산동과 달동에서 활발한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음식점에서 대선블루를 주문하면 사람 수만큼 숙취 해소 음료수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장 대선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대선블루 브랜드를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 모씨(43·남구 달동)는 "대선이 울산에서 판촉 활동을 하는 것을 본 것이 10년은 된 것 같다"며 "처음에는 사은품을 준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부산이 고향이라 요즘엔 일부러 대선소주를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과 인접한 경남의 창원시 진해구나 김해·양산 지역에는 예전과 달리 대선블루를 찾는 손님들이 늘면서 시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진해구에 있는 한 횟집 주인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좋은데이를 찾는 손님이 90% 이상이었는데 지난달부터 20~30% 정도는 대선블루를 찾고 있다"며 "맛이 부드러워졌고 복고풍의 대선 마크와 부산 지역 인구 유입 등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학은 겉으로는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지만 속내는 편치 않은 눈치다. 동남권을 사실상 장악한 무학이 수도권과 중부권 공략에 공을 들인다고 방심하고 있는 사이 대선블루가 부산·울산·경남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무학은 대선블루 출시 이후 부산 소주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자 지난 1일 좋은데이 리뉴얼 제품을 선보이는 등 전력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최근 좋은데이 리뉴얼 제품 판매량 증대를 위해 영업본부 간부들에게 각서를 받은 일명 '각서파동'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부산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부산 소주 시장은 무학이 75%, 대선이 20%, 롯데·진로가 5%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최근 대선의 점유율이 30% 정도까지 올라왔다"며 "무학이 상당 기간 부산 소주 시장을 장악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업계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박동민 기자 / 서대현 기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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