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서대문 신라스테이에서 ‘젊은 편집자들-현장의 목소리’란 주제로 열린 제22회 동아시아출판인회의. 동아시아출판인회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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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든 원숭이들>이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같은 청년론 책들은 청년들이 모자라다고 무시하거나, 불쌍하고 어리석다는 감정을 일으켜 중장년층들에게 많이 팔렸다.”(오치아이 가쓰토 일본 슈에이사 출판사 편집장)
25일 서울 서대문 신라스테이에서 제22회 동아시아출판인회의가 ‘동아시아 출판, 지금 기획 중: 젊은 편집자들-현장의 목소리’란 주제로 열렸다. 한국, 일본, 오키나와, 중국, 홍콩, 대만 등 6개 지역의 출판인들이 모여 만든 회의체로 동아시아 지역 출판 흐름을 공유하고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이전 회의에선 각 지역 대표급 원로·중견 출판인들이 발표를 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엔 30~40대 편집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책들의 출간 이유와 자국 출판 경향을 소개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이날 회의에선 청년과 노인 관련 책에 대한 각 지역의 상이한 반응이 흥미를 끌었다. 가쓰토 편집장은 15만부 팔린 시노다 도코의 <100살의 힘> 같은, 고령임에도 ‘현역’인 저자들의 책이 잘 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보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런 책 저자들은 노인임에도 사회보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비판을 피하고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 사계절 출판사 인문팀장은 새로운사회연구원과 청년들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문제를 다룬 <청춘의 가격> 출간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국에선 청년 문제를 다루는 책은 잘 팔리지는 않는다. 청년들이 책을 살 돈이 없다. 청년들에게 제도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정책 결정자들이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판인들은 학술 출판에 대한 어려움도 공유했다. 홍콩 싼롄서점 출판부에서 일하는 구위는 “홍콩은 출판의 자유가 있지만 시장이 너무 작아 학술 책이 100권도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장위청 홍콩 상무인서관 출판부 부사장은 “(영국 조차 시절인) 과거를 그리워하는 경향이 뚜렷해 과거의 사진이나 광고를 다루는 책들이 잘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에선 거대한 인구와 급증하는 지식욕으로 정통 학술 서적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었다. 둥펑윈 중국사회과학원 사회과학문헌출판사 주임은 2013년부터 출판해오는 ‘갑골문’ 시리즈를 소개했다. 이 시리즈는 유럽의 중세나, 청나라 태평천국의 난 등 주로 역사에 관한 학술서적을 100여권 출판해, 일부 책은 수만권씩 팔리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둥 주임은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책 장정을 하드커버로 아름답게 만들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공론신사에선 2018년 메이지유신 150년을 맞아 역사, 종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일본 근대사상을 집대성한 14권짜리 시리즈물의 출간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철희 동아시아출판인회의 회장(돌베개 대표)은 “출판인회의가 지난 10년간 거시적 주제를 논하다가, 구체적인 각론을 이야기하자는 생각에 직접 편집을 하는 젊은 편집자들이 발표자로 나섰다”며 “다른 지역에서 같은 시대를 사는 출판인들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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