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시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다
마키아벨리 지음, 이남석 옮김·주해/평사리·4만5500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인문고전만이 아닌 처세술 서적으로도 받아들여져 시중에는 20종이 넘는 번역본이 나와 있다. 전공자의 이탈리아어 원문 대역본까지 출간돼 더는 나은 번역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또다시 <군주론>을 번역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성공회대에서 정치사상사를 강의하는 이남석씨가 번역하고 해설한 <군주론: 시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다>는 ‘아주 친절한 해설서’라는 점에서 이전까지의 번역본들과 다르다. 875쪽으로 기존의 번역본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인데, 이는 강독 수업처럼 본문을 읽어 가며 구어체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마치 수능 강사처럼 중간마다 책의 핵심을 요약해주고, 지도와 그림 등 시각물을 많이 사용한 것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남석씨는 이 책을 쓰며 여러 차례 일반인, 대학생과 함께 <군주론>을 읽는 모임이나 강의를 했던 경험을 살렸다고 한다.
일반 독자가 <군주론>을 소화하기 어려운 것은 생소한 인물과 지명, 역사적 사건이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군주는 잔인하다는 비난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약속을 준수하지 않는 자라는 평판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진리·인간성에 역행해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등 악덕을 권유하는 듯한 내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적 순결과 정직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 민주주의와는 맞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이런 마키아벨리의 조언을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는 처방”이라고 설명한다. 적당히 쓰면 좋은 약이지만 많이 쓰면 독이라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그는 “<군주론>에는 모든 위험과 비밀의 문을 빠져나올 수 있는 코드가 있다. 그 코드는 시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관점으로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잘 읽어보면 그가 “군주와 인민이 손을 잡고 부자와 군인의 무절제한 탐욕을 통제해야 한다는 ‘시대를 앞서는 혁명적 선언’을 한 사상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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