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 위상 제고 방안 관련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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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높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5일 지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급속히 추락한 인권위 권위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몸 담았던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할 때 지금 인권위가 초라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 인권 정책 및 제도 관련 권고 등을 해봐야 다른 기관들이 ‘들은 척도 안 하는’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인권 관련 전문가들의 호소가 받아들여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인권위가 청와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인권위가 정부기관에 인권정책 및 제도를 개선하라고 304차례 권고를 했지만 받아들인 사안(전부수용)은 13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이런 저런 핑계로 무시를 당했다는 얘기다. “일단은 인권위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인권위는 설명하지만, “사실상 권고를 받는 기관들이 인권위 판단을 무시한 것”이라고 인권 관련 전문가들은 말한다. ‘권고 수용비율을 높이겠다’면서 90일 안에 이행계획을 회신하도록 하고, 권고 후 인권위와 협의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등의 규정을 국가인권위법에 만들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동안 추세를 보면, 추락한 인권위 권위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2003~2007년)에서 정책 제도 개선 권고 94건 중 전부수용은 54건으로 56.8%에 달했던 전부수용비율은 이명박 정부(2008~2012년)에서 35.9%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조직으로 바꾸려 시도했고, 안경환 당시 위원장이 이에 반발해 사퇴하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후 등장한 현병철 전 위원장이 ‘역대 최악의 인권위원장’으로 꼽힐 만큼 인권위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에는 21건의 권고 중 겨우 4건만이 받아들여졌을 정도였다. 전부수용비율은 박근혜 정부(2013~2015년) 들어 51.5%로 상승했지만, 전직 인권위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은 정치적인 이유로 침묵했다는 걸 감안하면 양만 늘었지 질적으로는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무시됐던 인권위의 권고가 새롭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사회적으로 찬반 대립이 뚜렷하거나, 각 기관이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로 기득권을 내세울 경우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거나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문제나 공권력 관련 사안이 대표적이다.
2012년 인권위가 “살수차를 시위진압용으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니 살수차의 최고 압력이나 최소 거리 등 구체적 사용기준을 부령 이상 법령에 명시할 것”을 경찰청장에 권고했으나, 경찰청장은 “운용지침에 따라 안전한 살수차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수용을 거부한 바 있다. “국제 기준에 맞춰 난민심사비율을 올리라”는 인권위 권고에 법무부는 올 1월 “심사신청 남용, 심사의 신속성 및 효율성 저해, 국경관리체계 불안정이 우려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사안들이 정리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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