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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사설] 구의역 참사 1주기, 생명과 안전 소중함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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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이면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보수하던 김모군이 사고로 숨진 지 1년이 된다. 아직 1주기가 며칠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추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니 사고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짐작할 수 있다. 당장 25일만 해도 ‘최저임금 1만원ㆍ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구의역 9-4번 승강장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더는 청년들의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겨우 열아홉 살 청년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다. 물론 사고 자체만 보면 안전체계의 미작동이 원인이다. 당시 김군은 혼자 작업하고 있었는데 만약 전동차 기관사와 역무실 관계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전동차 속도를 줄이는 조치 등을 취해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

안전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가 안전에 앞서 경영의 효율을 중시해 온 때문이다. 당시 서울메트로만 해도 비용을 아끼겠다며 스크린도어 보수 업무를 100% 외부에 넘겼고 이를 맡은 위주업체 역시 인건비를 아끼겠다고 나이 어린 미숙련 기술자를 다수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주업체에 돈을 적게 주고 위험한 일을 맡기면서 안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구의역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을 다짐하는 등 한동안 법석을 떨었다. 서울시만 해도 스크린도어를 승강장 안쪽 안전 구역에서 점검하고 보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책과 문화는 아직 한참 멀었다. 최근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나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변전실 사고로 하청업체 직원들이 피해를 떠안은 데서 보듯, ‘위험의 외주화’도 여전하다. 이를 막으려면 중대 재해 발생의 책임을 원청 기업에 묻는 등 발상의 전환이 불가결하다.

김군과 같은 청년 노동자에 대한 배려 역시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김군은 제때 식사를 할 수 없어 컵라면을 넣어 다닐 정도로 일이 많았지만 월급은 144만원에 불과했으니 노동력을 착취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년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된 업무를 하면서도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등 문제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다만 정규직화로 정당한 대우를 보장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대우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정부가 적극적 의지로 기업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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