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두 번째 공판…침묵 속 여유
오늘(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렸습니다. 최순실 씨 없이 박 전 대통령 혼자 재판을 받았는데요. 공범으로는 기소됐지만, 앞서 진행된 재단 강제 모금 재판에 대한 서증조사가 오늘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본격적인 유무죄 심리에 돌입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호송차에서 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틀 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남색 자켓에 청색 바지 차림이었고요. 플라스틱 집게핀을 이용한 '올림머리'도 유지했습니다.
두 번째 재판은 영상이나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다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는데요.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들어서며 가볍게 목례를 했고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습니다.
첫 재판에서 시종일관 정면을 응시하고 변호인이 따라주는 물을 한두 차례 마실 뿐 움직임이 없었던 박 전 대통령. 오늘은 변호인의 발언을 들으며 서류를 보거나 또 대화를 나누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40년 지기 최순실도 없었고 역대급 동료 피고인들 덕분에 주목받지 못 했던 신동빈 롯데 회장도 없어서였을까요. 오늘은 한결 더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재판은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계획이 수립되기 전 증거조사를 먼저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는데요. 재판부는 "신문할 증인이 몇 백명이 될 수도 있다. 지난 기일 증거조사부터 하자고 말했다"며 이의를 기각했습니다.
증인을 둘러싸고도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다음주 예정된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에 대한 신문은 박 전 대통령 측에서 반대했습니다. 주 전 대표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독설 발언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주진형/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지난해 12월 6일) : 한화그룹과 삼성은 사이도 좋고 앞으로 딜도 많고 그러기 때문에 부정적인 보고서(삼성-제일모직 합병 반대)는 쓰지 말아라. 이렇게 되면 주 사장이 물러나야 될 거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일종의 이제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일단 누구라도 한마디 말을 거역하면 그거를 확실하게 응징을 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을 따라간다고 생각하는 그런 논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협의 없이 통보를 받았다"며 "주 전 대표는 문형표 전 장관 재판에서 신문을 했기 때문에 기록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협의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니 유감이다"라며 "다음주 재판은 출석 가능한 증인을 선정해 준비해놓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오늘 증거조사에서는 앞서 진행된 최순실, 안종범 등 재판 기록 검토가 진행됐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공범이기 때문에 진행된 증인신문은 반복하지 않고 기록을 살펴본 뒤 의견을 듣는 것으로 갈음하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 검찰이 신청한 증거 대부분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유영하 변호사는 "상당수의 진술이 전해들은 것이고 또 일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다"며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도 있을 것 같은데 모두 불러 증인신문을 하는 건 시간낭비"라며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에 강한 불신을 나타낸 만큼 증인들을 다시 불러 신문할 가능성이 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또 박 전 대통령도 모든 책임을 공범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안 전 수석은 재단 모금과 운영에 대해 이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전종민/국회 소추위 측 대리인 (1월 16일) : 대통령께서 '300억, 300억'을 이야기해서 전경련의 이승철에게 그 금액을 알려주었다는 거죠? ]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1월 16일) : 네.]
[전종민/국회 소추위 측 대리인 (1월 16일) : 피청구인께서 전화통화로 '미르'라는 재단명을 처음 말씀하셨고 그 임원진들 명단도 전화로 알려줬고.]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1월 16일) : (명단을 불러주신 거죠?) 네.]
하지만 안 전 수석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다섯 차례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음성대역 : 사실이 아닙니다. 안종범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성대역 : 피의자의 지시에 따라 안종범은 전경련 부회장에게 재단 설립을 재촉하고, 관계자를 청와대로 불러 회의를 하였습니다.]
[음성대역 : 저는 자발적으로 재단 설립이 잘 진행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언론보도를 보고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인 만큼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이 바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쉽게 말하면 "나는 몰랐다", "참모들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후부터 재개된 자세한 재판 내용은 자리로 들어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하겠습니다. < 박근혜 측 "증거조사 반대"… 재판 절차 '신경전' >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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