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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남곡, 좌도우기] 정치는 즐거우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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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이남곡
인문운동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보름 정도가 지났다. 그의 신선한 행보들이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밝게 하고 있다. 그 신선함과 밝음은 ‘비정상의 정상화’에서 온다. 이제부터 대단히 어려운 현실의 과제들과 만나게 되어 있다. 시민들의 지지와 성숙함이 새 정부의 성공을 계속해서 뒷받침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라가 아프다. 한 시대를 넘어가야 하는 아픔이다. 모든 모순은 결국 가장 가까운 현실에서 고통으로 나타난다. 가장 구체적이고 질긴 것은 그동안 곳곳에 뿌리내린 부패와 불평등과 부정의다. 그래서 저항하고 싸운다. 그런데 시대를 넘어서는 뚜렷한 지향점이 없으면, 그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제자리에서 돌고 돈다. 새로운 세대의 노래와 춤은 확실히 다르다. 이른바 ‘한류’가 탄생했다.

정치는 이것이 왜 안 되는가? 밝고 경쾌하며 즐거운 정치 운동은 안 되는 것인가? 낡은 관념과 오래된 편가름과 한(恨)의 정서에서 벗어나 희망을 보자. 싸울 땐 싸우더라도 낙관적 비전을 가지고 밝고 당당하게 하자. 먹물이 들어가 흐려진 물을 정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맑은 물 붓기’다. 이제 우리 정치도 변할 때가 되었다. 그 기풍을 바꾸자! 촛불혁명에서 보여준 시민의 의식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키자. 저항주체를 넘어 진정한 책임주체가 되자!

1. 공동의 목표에 합의하자.

자로가 물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께 정치를 맡긴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 말하기를, “반드시 먼저 명을 바로 세울 것(正名)이다.”(<논어>) 우리 시대의 정명을 이루자. 진보와 보수가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하여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산업화·민주화 이후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중심교역국가의 튼튼한 기반 위에 ‘새로운 문명의 선진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2. 벽을 허물고 만나서 연합하자.

나는 반드시 한번은 거쳐야 할 단계로 ‘합작과 연정’을 이야기해왔다. 조선 왕조의 멸망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일단은 그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굴곡된 역사는 외세의 침략과 그에 대응하는 내부 역량의 실패에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내부에 정치·경제·문화적 고기압을 형성한다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시련의 원인에서 영광의 조건으로 바뀔 것이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모순 때문에, 양심적 우파와 합리적 좌파가 연합하여 실질적인 연정을 성공시키는 것이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낡은 관념과 정서에서 과감히 벗어나 우리 모두의 절박하고 위대한 목표를 위해 연대하자.

3. 소통과 탐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

독선, 편견, 편가르기를 넘어서야 한다. 소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가장 옳은 것’과 ‘가장 좋은 것’을 함께 탐구하는 것이다. 공자 말하기를, “군자는 세상 모든 일에 반드시 옳다거나 반드시 옳지 않다고 단정하지 않고 오직 의를 좇을 뿐이다.”(군자지어천하야, 무적야, 무막야, 의지여비-君子之於天下也無適也無莫也義之與比)(논어)

원효(元曉)의 말하는 법은 비동비이이설(非同非異而說)이다. 전적으로 같다고 할 수 없어서 비동이고, 전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어서 비이다. 그래서 이(理)에 어긋나지도 정(情)을 해치지도 않고 소통하며, 그 시점의 옳음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새 정부와 합리적 반대자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연찬문화다.

4. 욕구를 업그레이드하자.

정치를 하는 가장 큰 보상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기쁨일 수는 없는 것인가? 국운은 이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 욕망체계와 집단지성의 수준에 달려 있다. 객관적인 지표들은 우리가 2차 대전 이후에 신생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독보적인 나라를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갈림길에 서 있다. 정치문화가 국민들의 보편적 욕망과 집단지성을 진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인가, 아니면 퇴영적 역할을 할 것인가?

새 정부는 합리적 반대자를 동반자로 여기고, 반대자는 새 정부의 성공 여부가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시점임을 알고 대승적 협력을 하자! 새로운 정치문화의 실험과 숙성의 장(場)으로, 우선 청와대의 정책팀과 비판자들이 함께하는 고도(高度)의 정례 연찬회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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