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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신간] 민영 시 전집·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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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민영 시 전집 = 원로시인 민영(83)의 시 419편을 묶은 전집.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의 60년 가까운 시력이 한 권에 담겼다.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만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은 해방 후 객지를 떠돌며 신산한 삶을 살았다. 분단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시세계의 밑바탕이다.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엉겅퀴꽃'은 전쟁에서 홀로 남겨진 과부들의 슬픔과 살아남은 이들의 눈물을 단아한 민요조 형식에 담아냈다.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잃고/ 홀로사는 엉겅퀴야// 갈퀴손에 호미잡고/ 머리위에 수건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느니 님의이름// 엉겅퀴야 엉겅퀴야/ 한탄강변 엉겅퀴야/ 나를두고 어디갔소/ 쑥꾹소리 목이메네" ('엉겅퀴꽃' 전문)

시인은 서정의 세계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노숙자나 철거민 등 현대사회의 소외된 존재들에게도 연민의 시선을 건넸다.

"이들에게도 한때는 단란한 가정과/ 다정한 식구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옥죄는 자본주의의/ 톱니바퀴에 치여 살길을 잃어버리고/ 누더기 같은 헌 옷 몸에 걸친 채/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역 지하도에서' 부분)

문학평론가 유성호는 "선생의 시편은 순정하고도 깨끗한 마음을 바탕으로 하면서 험난하게 살아왔던 우리 근대인의 속살을 재현하는 세계를 펼쳐왔다"며 "자연 속에서도 시간의 흔적을 읽어내고, 그 안에서 우리 역사와 존재의 근원을 상상해왔다"고 설명했다.

창비. 632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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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일본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61)의 소설집.

인적 드문 바닷가에 작은 이발소가 하나 있다. 거울엔 푸른 바다가 가득 비치고 손님을 위한 자리는 하나뿐인 이발소에 한 청년이 찾아온다. 결혼을 앞두고 굳이 이발소를 찾아온 청년도, 한때 유명인만 관리하다가 시골 마을에 가게를 차린 이발사도 사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주고받는 대화에서 두 사람의 얽힌 과거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표제작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를 포함해 가족에 관한 이야기 6편이 실렸다. 지난해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알에이치코리아. 김난주 옮김. 272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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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김학찬(34)의 신작 소설.

"십삼 년 동안이나 숨어 살고 있었다. 열세 살, 펭귄이 눈을 떴다." 소설은 화자와 '펭귄'의 첫 만남으로 시작한다. 펭귄은 남성 성기를 빗댄 말이다. 주인공은 당혹스러운 사춘기를 지나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 속에 대학에 진학한다.

등록금과 취업 준비에 볼모로 잡힌 화자, 외환위기에 명예퇴직을 한 아버지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경유해 이야기는 어느새 21세기 한국사회 평범한 사람들의 자화상을 그린다.

다산책방. 260쪽. 1만3천800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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