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전세 들어왔다 생각하면 돼”
검찰 등 다른 기관 특활비 축소 이어질 듯
문재인 대통령(왼쪽 첫 번째)이 15일 거처를 청와대로 옮긴 이후 처음으로 여민관 집무실에 출근하기 위해 부인 김정숙 여사(오른쪽 두 번째)의 배웅을 받으며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일정총괄팀장(오른쪽 첫 번째) 등과 함께 관저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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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에 메스를 들이댔다. 올해 청와대 특활비를 53억원 줄이고 공식 행사를 제외한 대통령 가족 식사 비용 등 개인 지출은 사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최근 검찰의 ‘돈 봉투 만찬’으로 도마에 오른 특활비에 대해 청와대부터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어서 검찰 등 다른 기관들의 특활비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 이 같은 내용의 특활비 절감 방안을 지시했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공식 회의를 위한 식사 외에 가족 식사 등 개인적인 비용은 사비로 결제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대통령의 공식행사를 제외한 가족 식사비용, 사적 비품 구입에 대한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의 세금인 예산으로 지급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며 “올해 남아 있는 대통령 비서실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 126억원 중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해 청년 일자리 창출, 소외계층 지원 예산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또 내년도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 예산으로 올해(161억원)보다 31% 축소한 111억여원을 요구할 방침이다.
특활비는 업무상 그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현금으로 지급되는데다 사후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눈치를 안 보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깜깜이 예산’으로 불렸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솔선수범을 통해 특활비 제도 전반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우리 부부 식대와 개, 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구분 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고, 그래도 주거비는 안 드니 감사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이 청와대에 전세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표현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정부는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내년 예산안부터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관계자는 “올해는 이미 예산이 편성돼 집행단계에 있어 수정은 어렵고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내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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