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성 |
이해성 대표, 광장극장 블랙텐트 개관 선언문 낭독 |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쟁이는 연극을 해야죠. 이것이 정상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연극계 검열에 저항하는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극장장을 맡아 광화문 광장에서 108일간 노숙한 극단 고래의 이해성 연출이 극장으로 돌아왔다.
이 연출은 25일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열린 연극 '고래' 간담회에서 "광장에서 연대한 연극 동료들이 작품으로 돌아왔어요. 현장으로, 생업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광장에서 경험이 저를 다른 의미로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연극인은 연극으로, 법조인은 법정에서, 기자는 지면으로 만나는 것이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 나라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연 이후 2년 만에 재공연하는 극단 고래의 12번째 정기작품인 '불량청년'은 이 연출의 대표작으로 일종의 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이다.
자신의 밥벌이만 신경 쓸 뿐, 사회, 정치 문제에는 전혀 관심 없는 28세의 청년 김상복. 우연한 기회에 일제에 항거한 의사 김상옥 동상 역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광장에서 벌어진 집회에 휘말려 물대포를 맞게 된다.
이로 인해 1921년 경성에 떨어지게 되고 이후 중국 상하이에서 진짜 김상옥을 포함 당시 독립운동을 하고 있던 의열단 청년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작품에도 지난겨울 이 연출과 연극인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 있었던 광화문 광장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연출은 광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재공연을 올리는 바람에 광장의 경험이 크게 녹아들어가지는 못했다면서도 "그 때 체험했던 상황과 정서적 기억이 배어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광장 경험이 예술 인생에 있어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해요. 앞으로 큰 각성의 시기가 오지 않을까 하는데 정서적인 기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넓어졌죠. 인생을 살아가는데 하나의 지침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불량청년'의 초반과 끝에는 태극기 부대가 겹쳐지는 기성세대가 등장한다. "실제 블랙텐트에서 연극을 할 때 동전을 던지면서 방해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화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짠했어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열심히 사셨던 분인데 정신적으로 아픈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자존감이 무너진 상황에서 강박이 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모습이 현 우리사회 모습과 닮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바뀌고 새로운 세상이 왔는데 2년 전 '불량청년'에서 등장했던 물대포 장면은 굳이 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잘하고 있어요. 물대포는 그럼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해서 걷어내지 않았죠. 노무현 정부 때도 많은 기대와 희망이 있었는데, 물론 잘한 것도 있지만 노동자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 좋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정부는 너무 잘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직책은 국민들이 단순히 좋아하고 싫어할 자리는 아니라고 여겼다.
"대통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선택할 수 있게 쳐다보고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국민이 해야죠. 물대포가 나올 정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계속 지켜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상복 역의 이명행, 김구 역의 선종남, 이시영 역의 서상원 등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 6월11일까지 30스튜디오에서 공연한 뒤 같은 달 17~25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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