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자문위원들도 국회 비준 대상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져 정부가 사드 '출구 전략'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개최된 외교·안보 분과 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방부는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북핵 위협 대응 △병사 복무 기간 단축 등 대선공약 이행 방안 등을 보고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국방부가 내부 검토 끝에 사드 배치 문제는 국회 비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자문위원들은 지난 정부에서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이 배제됐던 문제점을 강하게 질책하면서도, 반드시 비준 동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사드 관련 보고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동의 추진'과 배치된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국방부가 사드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현 정부의 총대를 멘 것 아니냐"며 "한미동맹과 국회 비준 절차를 고려할 때 사드 국회 비준 동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반영된 듯하다"고 전했다. 실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당 원내대표를 만나 "사드 국회 비준 문제에 대해선 좀 더 검토해보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단장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접견했던 중국 특사단 역시 '사드 국회 비준' 문제에 대해선 중국 측에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사드 철회'를 요구했을 때도 '북핵 위협'의 엄중함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한 특사단 관계자는 "국회 비준 문제에 대해선 어떠한 확답과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 특사단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강조했다"며 "이 방법이 꼭 국회 비준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과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관련 문제를 협의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조기에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국정기획자문위 측은 "임기 내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전작권 전환 관련 공약은 '임기 내 전환을 추진하겠다'이다.
정부 소식통은 "전작권 전환은 미국과 협의할 문제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우리 군이 한미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면 임기 내 전환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을 미군이 아닌 한국군(합참의장)이 맡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한미연합훈련에서 한국군이 훈련기획 및 진행을 주도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군 당국은 연례적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양측이 번갈아 수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또 북핵 대응을 위해 대량응징보복(KMPR)용 공세적 무기체계를 확충하겠다고 보고했고 이에 대해서는 자문위원 측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KMPR는 군이 한국군 주도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작전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문재인정부의 '자주국방'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군의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저강도의 WMD 공격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주저하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한국군이 실행할 수 있는 KMPR 능력을 갖추는 것은 북한을 전략적으로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국방개혁특위를 설치하고 1년 안에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병력 규모와 복무기간 등 중요한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국방개혁에는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참여정부 수준인 국방예산 증가율 연 8% 수준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철 기자 /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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