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들은 재킷을 벗은 노타이 차림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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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취임 후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받아쓰기 △정해진 결론 △계급장이 없는 3무(無) 회의를 선언했다. 박근혜정부 내내 계속됐던 장관·비서관들이 고개를 숙인 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발언을 받아적는 전근대적 회의 풍경에서 탈피해 대통령과 참모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진짜 회의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여민1관 3층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문재인정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회의가 아니다"며 "그냥 다 함께 공유하고 토론해서 결정하는 회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받아쓰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회의자료는 정리해서 배포해 드릴 테니 여기에서 열심히 적어갈 필요가 없다"면서 "오늘은 페이퍼 회의를 하지만 시스템이 구축되면 노트북 회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정부 회의풍경을 겨냥한 듯 "받아쓰기, 이제는 필요 없습니다"고 선언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결론을 정해 놓고 회의하지 말자"며 "격의 없는 토론이 필요한 만큼 미리 정해진 결론도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계급장' 없는 회의를 만들자고 독려했다. 그는 "발언 구분도 없고 (수석보좌관 외) 배석한 비서관들도 누구나 발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참모가 아닌 국민의 참모'라는 생각으로 자유롭게 말씀해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딱딱하고 권위적인 회의에서 탈피하겠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하자 이날 첫 수석보좌관회의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문 대통령의 계급장 없는 회의 주문에 임종석 비서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이 각각 "대통령님 지시사항에 이견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까" "소수 의견을 말해도 됩니까"라고 묻자 참모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은 임 실장의 질문에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했고, 전 수석의 질문에는 "(회의 결과 브리핑 때)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 함께 나가도 좋다"고 답했다. 헌법재판소 판결 때 소수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처럼 청와대 회의 때 이견이 있었다는 사실도 국민에게 숨기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날 첫 수석보좌관회의 장소도 전임 정부와 달랐다. 문 대통령은 회의를 여민1관 3층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 소회의실에서 열었다. 전임 정부의 주 회의장소였던 청와대 본관 집현실은 대통령과 참모 간 거리가 멀고 장소가 주는 위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편안한 의견 개진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여민관 소회의실은 규모가 아담해 대통령과 참모들이 얼굴을 맞대고 편안하게 대화하는 회의 분위기가 조성됐다.
회의 명칭도 변경됐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선 '수석비서관회의'로 불렸지만, 문재인정부에선 경제보좌관과 과학기술보좌관 등 보좌관직이 신설되면서 '수석보좌관회의'로 명칭을 바꿨다. 청와대는 이날 첫 회의를 계기로 매주 월요일 오후와 목요일 오전 정례적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날 회의 전 커피타임 때 문 대통령의 격의 없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집무실과 연결된 문으로 회의장에 입장한 문 대통령은 먼저 커피를 마시고 있던 참모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이후 문 대통령이 "커피가 어디 있느냐"고 묻자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커피는 저쪽에 있다"며 손으로 가리켰다. 문 대통령은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셨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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