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를 위해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시키고 정부 부처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전격 지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문 대통령이) 기관장 평가 항목의 하나로 인권위 권고 수용 지수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는 이명박정부 시절 형식화됐고, 박근혜정부 시절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은 정례적으로 인권위 특별보고를 청취하고 정부 부처 내 인권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인권위가 정부 각 부처 내에서 인권 파수꾼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통해 △인권위로부터 권고받은 각급 기관은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 △인권위 권고 핵심 사항은 불수용하면서 부가적 사항만 수용하는 행태 근절 △불수용 사유 미회신·수용 여부 결론 미회신 행태 근절 △이행 계획 미회신 사례 근절 등을 지시했다. 조 수석은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찰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인권위 위상 강화안은 두 번의 보수 정권을 거치는 동안 급속히 추락한 대한민국 내 인권 인프라를 재구축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진보정권이 한창이던 2004년 한국 인권위는 세계 국가인권기구들의 모임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평가에서 'A등급'을 승인받았지만,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세 차례나 '등급 보류' 결정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 사형제, 이라크전 파병 등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이슈에 대해 권고와 의견 표명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던 인권위의 적극적인 역할도 보수정권 이후 직제 개정을 통한 조직 축소와 위원장·위원들의 자질 논란으로 얼룩졌다. 심지어 2010년부터 ICC 의장 기구로 활동할 예정이었던 한국 인권위는 논란 끝에 후보조차 내지 못해 무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보수정권 시기 인권위의 위상 추락은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다시피 하는 정부 기관들의 태도만 봐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발간한 인권위 '2015 인권통계'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들어 인권위 권고 수용률(수용과 일부 수용이 합쳐진 숫자를 전체 권고 건수로 나눈 비율)은 50%대로 추락했다. 심지어 2015년 인권정책 권고 건수 12건 가운데 수용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수용 건수만 반영해 산출하는 2013~2015년 인권정책 권고 수용률은 평균 29.6%로 노무현정부(54.6%), 이명박정부(35.1%)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병무청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의 정부 기관에서 인권위 권고를 거부한 사례는 계속됐다.
지난 24일 인권위는 "정신질환으로 판정받은 보충역이 다른 질환 보충역보다 소집 순위가 다른 것은 차별"이라며 "소집 순서 결정 등에 대해 차별 방지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병무청장에게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의 인권위 위상 강화 방안 발표 이후 일부 인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영한다'는 반응과 함께 한발 더 나아가 인권위가 '준사법기관'에 준하는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이번 정부 결정을 환영하지만 그 정도가 심한 중대한 인권침해일 때는 시정명령 등 인권위가 준사법기관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국민의 인권 피해 사례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인권위는 이날 문 대통령 지시와 관련해 "이번 정부 발표는 피권고 기관의 개선 의지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매우 긍정적"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석환 기자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