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AI 가능성 입증…질병 진단·치료, 신약개발 등에 도움 줄 것"
구글 딥마인드의 허사비스 CEO(자료) |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작년 바둑 대가 이세돌 9단에 이어 세계 챔피언인 커제 9단까지 꺾은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핵심 성과는 '독학으로 깨우치기'였다.
예전 기보를 참고하지 않은 채 혼자 바둑을 두면서 대폭 실력을 키운 것이다. 자신을 스승으로 삼아 일취월장하는 이런 모습은 인간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구글은 그러나 알파고가 자율 의지가 없는 '사람의 도구'라고 강조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책임자(CEO)와 연구개발(R&D) 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25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간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도 예전 버전의 알파고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실력이 좋아져 범용 AI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범용 AI란 사전 지식 없이도 다양한 지식을 유연히 익혀 고급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로, 딥마인드의 최종 목표다.
실버 박사는 이날 한국에 실시간 중계된 간담회에서 "알파고가 자신과 수없이 바둑을 두면서 자신의 약점을 빨리 찾아내 고칠 수 있게 됐다. 이번 혁신이 많은 AI 분야에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허사비스 CEO는 "범용 AI는 과학자, 의사, 간호사에게 놀라운 도구"라며 "질병을 진단·치료하고 신약을 개발하고 '단백질 접힘 현상' 같은 복잡한 연구를 할 때 AI가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강력한 학습 능력을 갖춘 AI가 윤리 의식 같은 고차원의 주제를 배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언젠가 논의해야 할 흥미로운 사안"이라면서도 "아직은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라 당장 검토하기 이르다"고 답했다.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한계도 분명히 규정했다. 그는 "알파고는 아직 바둑 밖에 둘 줄 모르며 '바둑을 둬서 이겨라' 같은 목적은 인간이 제시한다. AI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느냐를 정하는 것은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억, 상상, 콘셉트(개념 잡기), 언어 등 분야는 AI가 아직 학습하지 못하는 난제"라며 "이런 분야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딥마인드는 이미 알파고 기술을 의료 진단과 에너지 최적화 등의 분야에 활용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의 대규모 전산 설비인 데이터 센터의 열기를 식히는 데 필요한 전력을 AI 최적화를 통해 40%나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딥마인드는 이번 알파고가 효율성도 크게 좋아졌다고 전했다. 통상 AI는 기업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연산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컴퓨팅 파워' 소모량을 종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작년 3월 이세돌 대국 당시 알파고는 구글이 개발한 AI용 칩인 'TPU' 50개를 동원하는 등 대규모 전산 설비를 썼지만, 올해에는 TPU 4개를 얹은 산업용 컴퓨터(machine) 1대만 썼다.
이렇게 설비가 간편화하면서 미래 하드웨어(HW) 표준화와 비용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딥마인드의 설명이다.
알파고는 중국 우전에서 개막한 '바둑과의 미래' 포럼에서 커제 9단과 맞붙어 23·25일 잇달아 승리를 거뒀다. 애초 세계 바둑계는 커 9단이 3국까지 진행되는 이번 경기에서 이길 확률을 10% 미만으로 볼 정도로 우위가 뚜렷했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는 2015년 10월 당시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 2단과 대결할 때만 해도 바둑 승패에 따라 산정하는 실력 지표인 '엘로 평점'(Elo Rating)이 2천 후반대였다.
알파고의 엘로 평점은 작년 3월 이세돌 대국 때 3천500을 훌쩍 넘었고 현재는 4천500선을 돌파한 상태다. 2015년 10월과 비교해 약 1년7개월만에 평점이 1.5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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