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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한겨레 사설] 인권위 위상 강화, 인권국가 발돋움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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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를 지시한 것은 인권 실현을 새 정부 국정운영 원리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촛불시위에서 분출한 다양한 목소리에서 보듯 시민들의 인권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을 거치며 후퇴만 해온 한국의 인권 상황에 새로운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는 매우 구체적이다. 우선 박근혜 정권 시절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인권위원장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해 힘을 실어줬다. 또 권고 수용 상황을 점검하고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국가기관 내지 기관장 평가 항목에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 도입을 검토하도록 했다. 권고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인 사항만 받아들이는 ‘일부 수용’은 ‘무늬만 수용 행태’라고 못박으며 형식적인 수용에 미리 경고를 보냈다. 인권위의 권고에 구속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행정력을 부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인권위는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 독립기구로 출범해 김창국·최영도·조영황 등 인권변호사들이 1~3대 위원장을 맡았던 시기, 인권위는 크레파스 색상 표기와 관련한 피부색 차별 개선 권고부터 집회·시위의 자유 보호 관련 권고, 사형제 폐지 의견 표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굵직한 현안에 인권의 기준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위가 이라크 파병이나 기간제 파견법 개정안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냈음에도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이 인권위원장 특별보고를 받고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조직 축소에 나섰다. 이에 항의한 안경환 위원장의 사퇴, 후임 현병철 위원장의 자질 논란 등을 거치며 인권위 위상이 급락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서 2004년 A등급을 받았던 한국은 2014년과 2015년 세차례 연이어 ‘등급보류’ 결정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인권위 위상이 정권마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권고의 구속력 강화나 헌법기구화에 대한 입법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종종 자질 논란을 불러왔던 인권위원들의 지명과정 공개나 시민사회 추천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인권국가로의 발돋움을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무산됐던 차별금지법 제정도 다시 논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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