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보다는 어학연수 경험 등 개인 역량이 취직에 더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학 재학 중에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청년이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취업 가능성이 더 높았다. 최근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스펙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청년을 채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고용정보원은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는 '2017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를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란 국내외 전문가들이 고용을 비롯해 복지와 교육 등을 주제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자리로 2002년 처음 개최돼 올해 16회를 맞았다.
'대졸자 취업에 미치는 변인의 영향력 변화 분석' 논문에 따르면 지난 10년(2005~2014년)간 청년 채용시장에서 학벌보다는 개인 능력이 채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중국 등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해당 언어에 익숙하고 토익을 비롯해 각종 자격증을 많이 소지한 구직자들이 더 많이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성별, 나이, 복수전공 등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벌이 여전히 입사기업 규모와 소득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지만 개인 경험이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논문의 요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블라인드 채용(스펙 없는 이력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앞으로 학벌 영향력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논문을 작성한 김수경 평택대 조교수는 "대학 생활 중 개인이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충실하게 취업 준비를 했는지가 취업과 소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 재학 중에 근로 경험을 한 구직자의 취업 확률이 근로 경험이 없는 구직자보다 5~8%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세움·오선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진은 "취업 희망 업종이나 직종에서 일을 미리 해볼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면 임금 수준 등 고용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년 취약계층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양정승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취약계층 청년 지원정책 효과 분석' 논문을 통해 "정부의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제도는 저소득층 대학생 자녀 취업률 증가에 도움이 된다"며 "학자금 대출을 중간소득 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저소득 가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졸자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원인에 대한 해석도 나왔다. 강순희 경기대 교수와 안준기 고용정보원 연구위원 논문에 따르면 대졸 청년층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상대임금은 79.8로 조사됐다. 논문은 "이 같은 임금 격차와 복리후생제도, 사회적 평판, 근무환경 등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