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사업을 하며 좌절할 때마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되뇌었다”며 “이 갤러리는 청소년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의 중앙에 전시된 나폴레옹 이각모는 1800년 5월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은 뒤 6월 오스트리아군과 치른 마렝고 전투에서 실제 착용했던 모자다. 나폴레옹을 논할 때 그를 표현하는 핵심 상징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모나코 왕실이 왕실 수리비를 마련하기 위해 경매에 내놓은 이 모자를 2014년 11월 188만4000유로(약 26억원)에 낙찰받았다.
당시 “나폴레옹의 정신이 깃든 모자를 젊은 세대와 기업인들에게 공개 전시해 그의 정신을 공유하겠다”던 약속을 이날 지킨 셈이다. 99㎡ 규모의 나폴레옹 갤러리에는 이각모 외에도 나폴레옹 초상화, 덴마크 국왕으로부터 받은 훈장, 전쟁 당시 사용하던 은잔, 도검류 등 유물 8점이 전시돼 있다. 1점당 평균 1억여 원으로 총 구매비용만 약 33억원에 이른다.
김 회장은 “나폴레옹은 적군이 생각지 못했던 알프스를 넘어 항복 직전에 몰렸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며 “단순히 그가 착용했던 모자를 산 것이 아니라 그의 정신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흙수저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데 이렇게 매도하면 젊은이들이 오히려 희망을 잃게 된다”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 실질적으로 흙수저란 없고, 젊어서 고생을 하더라도 정신만 살아있으면 훨씬 풍족하게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폴레옹 갤러리는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물을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전시하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장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소비자와 R&D의 소통로, 외식공간 엔바이콘
이날 간담회에서 김홍국 회장은 NS홈쇼핑 사옥에 새롭게 들어선 외식 공간 ‘엔바이콘(N-Bicorn)’을 설명하며 하림그룹의 새로운 도전을 언급했다. 엔바이콘은 하림의 자연 식재료를 활용한 외식 브랜드로 ‘까페 보나파르트’ ‘북경오리전문점 왕스덕’ ‘웨스턴 레스토랑 비스트로 바이콘’ ‘한우전문점 순우가’ ‘일본라멘 혼키라멘’ 등 하림의 자체 브랜드 12개로 구성됐다. 김 회장은 “엔바이콘은 외식산업 진출이라기보다 일종의 푸드랩(Lab)”이라며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밀실 R&D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자체 건물에만 이런 점포를 만들어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폴레옹 이각모 앞에 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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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사업으로 확장할 생각은 없지만 엔바이콘에서 반응이 좋았던 음식을 상품화해 NS홈쇼핑에서 홈 가정식으로 판매한다는 복안이다.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식품의 개발과 제조, 유통, 물류를 수직 계열화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발전하겠다는 전략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도상철 NS홈쇼핑 대표는 “향후 엔바이콘을 통해 닭, 오리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간 홈 가정식(HMR)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폴레옹 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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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갤러리 기자 간담회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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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코스닥시장 최대어, 하림지주사 제일홀딩스
하림그룹은 올 상반기에 지주사 제일홀딩스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말 한국거래소에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제일홀딩스는 패스트트랙(상장 간소화 절차)을 적용받아 이르면 5월 초에 승인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상장 주간 업무를 맡은 이번 공모는 전량 신주 발행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전체 공모금액은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제일홀딩스의 시가총액을 2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 대한 질문에 “지금으로선 M&A에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자산규모 10조원 돌파, 국내 최대 축산그룹
그런가 하면 하림그룹은 지난해 4월 대기업 집단에 속했다가 같은 해 9월 대기업 집단 기준이 자산 총액 기준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변경되며 대기업 집단에서 빠졌었다. 하지만 팬오션 인수합병(M&A)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이 10조원을 넘어 다시 대기업이 됐다. 올해 공정위가 자산을 기준으로 지정한 대기업은 총 40개. 이중 하림그룹은 국내 최대 축산그룹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홍국 회장은 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대기업 집단에 속하게 된 하림그룹의 향후 운영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에 들어가면 기업을 운영하는 데 규제가 많은데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180여 개의 규제 또는 지원이 생기거나 없어진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 우리나라가 대기업 규제가 가장 많은데 이러면 기업가 정신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낮춰 경제인의 창의적 경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우리 청년들이 긍정의 힘을 찾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50여 년간 사업을 해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미숙하다”며 “즐겁지 않은 길은 괴로운 법이다. 난 병아리를 택했고 다행히 그 길이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나폴레옹 이각모를 구입한 계기라면.
그동안 사업가로서 일에 대한 즐거움을 잃지 않고 살았다. 아마도 적성에 맞는 일을 했기 때문일 텐데,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 경력만으론 한계가 느껴져 고민하던 차에 나폴레옹 이각모에 대한 경매소식을 들었다. 바로 경매에 참여했다. 사업하는 분들도 가끔 이곳을 찾아 나폴레옹의 영감과 용기를 얻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Q. 경매 당시 우여곡절도 있었다고.
사실 일본박물관과 막판 경합으로 원래 가격보다 5배 정도 뛰었다. 비싸다는 말도 있는데, 일례로 나폴레옹이 마랭고 전투에서 썼던 검은 80억원에 낙찰됐다. 조세핀에게 건넨 약혼반지는 약 11억원에 낙찰됐고, 그의 송곳니가 1500만원이나 한다. 가치는 충분하다.
Q. 엔바이콘을 사업 확장으로 보는 시선의 있는데.
R&D(연구개발)를 위한 것이지 이를 사업화할 생각은 없다. 이곳은 우리 R&D센터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정보교환 장소다. 자회사를 통한 대규모 자금 차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법적으로 불가능한 말이다. 자회사를 활용해 손실을 메우는 돌려막기식 경영은 하지 않는다.
Q. 대우조선해양의 급식·호텔사업 자회사 웰리브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림그룹은 이미 단체급식 사업을 하고 있다. 3만 명의 단체급식을 진행하고 있는 웰리브를 인수하려 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관심 있는 분야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0호 (2017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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