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을 큰 틀에서 짜고 있는 사람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청와대에서 주택도시, 사회정책, 교육문화, 기후환경, 여성가족을 담당하고 있는 김 수석은 특히 주거복지, 도시재생정책과 관련해 문 캠프의 '브레인'으로 활동했다.
김 수석은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자나 보고서를 권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최근 발간된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라는 책을 추천했다. 김 수석은 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 연구위원과 함께 이 책의 공저자로 참여했다. 책은 각국 주택정책을 소개하며 장단점을 비교하고 글로벌 주택시장 트렌드를 짚은 후 마지막 장엔 저성장·고령화 시대 한국 주택정책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담았다.
김 수석은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에서 미래 한국 주택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세대 통합적 전략을 통한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me) 공급'을 제시했다. 세대 통합적 전략이란 집값 상승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과 집값 하락에 대한 장년층의 '불안'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주택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책에서는 그 해답으로 '민간임대주택시장' 공식화를 통한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을 제시했다. 장년층이 보유한 부동산을 임대주택으로 돌려 그들의 노후를 보장하고 청년층엔 적정한 가격의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수익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차인이 저렴하게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한다. 그 재원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한 '과세 현실화'라는 게 정책의 요지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택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방법으로 자가 소유를 늘리는 주택정책을 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까지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돈 빌려 집 사라'는 주거정책을 밀어붙이며 집값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한국 주택체제의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김 수석의 생각이다. 저성장·노령화 시대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파트를 새로 짓기 위한 정부의 공공택지 공급이 한계에 부딪친 상황이다. 또 저성장과 고용 불안으로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에 이상이 생겨버렸다. 노년층도 전 재산인 주택의 가격이 하락할 위험과 주택만으론 노후 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 봉착했다.
결국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임대주택은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민간 임대주택 역할을 공식화하는 것이 필요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방법은 장년층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산이다. 실제 60세 이상 장년층은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4%에 달한다.
장년층의 부동산 자산을 임대주택 시장으로 유도해 청년층에게 값싼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적정 수익률이 유지될 수 있도록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편으론 청년층이 낮은 가격으로 임대주택에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임대료의 일부를 쿠폰 형태 교환권으로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 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까. 책에선 '과세'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임대시장 투명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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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석은 민간 임대시장이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블랙홀'이라고 표현한다. 실제 국토교통부 2015년 통계에 따르면 민간 임대주택 거주 가구 수는 738만가구에 이르지만 등록 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것은 1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뜻이다. 김 수석은 임차인 주거 안정과 임대료 상승 억제를 위해 △임대주택 등록제 △임대소득세 실질화 △임대차제도 선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김 수석이 쓴 또 다른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2011년 초판이 나왔고 최근 구매 문의가 늘자 지난 22일 8쇄가 나와 서점가에 풀렸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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