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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英 세계적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 "우린 과학자처럼 춤을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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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LG아트센터]


영국의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46)는 오늘날 세계 무용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현대무용과 최첨단 과학기술을 결합시킨 그의 작품들은 실험적인 동시에 쉽고 아름다워 평단뿐 아니라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장안의 화제인 '4차 산업혁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예술가인 셈이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상주음악가로 활약 중인 그는 파리오페라발레단, 볼쇼이발레단, 뉴욕시티발레단 등 세계 최정상 단체들과 작업을 이어왔다.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 '신비한 동물사전' 속 움직임을 디자인하거나 '라디오헤드' '케미컬브러더스' 등 뮤지션들과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는 등 활동 범위도 방대하다. 1992년 창단한 자신의 무용단 '웨인 맥그리거 컴퍼니'와 함께 신작 '아토모스'(2013)로 내한하는 맥그리거가 25일 오전 LG아트센터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났다. 2005년 이래 두 번째 내한이다. "춤에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건 익숙한 몸짓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죠." 빡빡한 일정 탓에 이날 아침 공항에서 바로 건너온 터였지만 목소리엔 열정이 넘쳤다. "뇌신경과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인지적 요소가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죠. 이렇게 탄생한 동작들은 기존의 전통적 춤의 언어를 전복할 수 있어요."

'아토모스'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로 원자(atom)의 어원이다. 맥그리거는 유전공학과 복제인간 소재의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1993)를 1200여 개의 작은 프레임들로 나눈 뒤 이를 추상적 몸짓으로 재해석했다. 춤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으로 프로그래밍된 컴퓨터 속 무용수도 활용됐다. 어렵게 보이지만 막상 공연을 보면 그저 쉽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그의 춤의 묘미다. 발레의 기본 요소가 녹아 있지만 결코 정형화되지 않은, 신선한 몸짓들의 향연. 그는 무용수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 채 실험하는 과학자들처럼 춤을 만든다"고 했다. "과학과 춤은 비슷해요. 질문을 던지고 거기서부터 생각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이죠. 분야간 경계가 흐릿해진 오늘날 내게 드는 질문들을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작품 속 무용수들은 웨어러블 테크놀로지의 선두주자인 영국의 '스튜디오 XO'가 만든 의상들을 입는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공중을 나는 비행드레스(Flying Dress)를 개발한 업체다. 무용수의 각각의 생체정보를 반영해 3D 프린팅으로 옷을 만들었다. 맥그리거는 자신의 DNA를 소재로 삼은 차기작을 구상 중이다. "당신 눈으로 직접 보는 게 중요해요. 어떤 관객들은 특정 관점을 지닌 채 무대에서 그것을 확인하려 하더군요. 저게 무슨 뜻일까 질문하기보다 지금 무대 위에 뭐가 보이느냐에 집중해주세요. 저희가 보여드리는 모험에 즐겁게 동참해주시길!" 공연은 26~27일 LG아트센터.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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