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상하이와 베이징 공연을 확정지은 `마이 버킷 리스트`포스터. |
"오늘 중국에 시나리오 네 개를 가지고 들어간다. 한중 합작 창작 뮤지컬이 진행 중에 있다."
오는 8월 중국 상하이·베이징 공연을 확정지은 뮤지컬 '마이 버킷리스트'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의 말이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국 문화콘텐츠 제한 조치)'이 사그라지는 조짐이 공연계에서 감지된다. 한중 합작 창작 뮤지컬을 비롯해 7개 이상의 한국 뮤지컬 제작사가 현지에서 공연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 대표는 "한한령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것 같다. 시류를 느낀 관계자들의 태도가 한두 달 전보다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며 "중국과 공동 개발하는 또 다른 뮤지컬의 연말 쇼케이스도 계획에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 버킷리스트'에 앞서 뮤지컬 '빨래'(제작 씨에이치 수박)는 6월 23일~7월 9일 중국 베이징 다윈극장에서의 공연을 최근 확정했다. HJ컬쳐가 제작한 창작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도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8일까지 상하이 ET극장에 오른다. 둘 다 중국 현지 제작사들이 한국 뮤지컬의 판권을 사 중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라이선스' 형태다. 하지만 현재 논의 중인 한중 합작 뮤지컬 제작은 본격적인 한한령 해빙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상상마루, 연우무대, (주)더그룹, 컬쳐홀릭 등 한국 중소 뮤지컬 제작사들이 중국 관계자와의 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인수 연우무대 대표는 "올해 11월에 작품을 확정지었다"며 "정권이 바뀌자마자 중국 계약자들이 바로 움직이는 것 같다. 개별적으로 만나는 관계자들의 태도가 한층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사드로 인해 중국 진출이 무산된 가족뮤지컬 '캣 조르바'의 엄동열 상상마루 대표는 "캣 조르바가 중국에 가기로 양해각서(MOU)도 맺었으나 사드 이야기가 나오면서 본계약과 교류가 중지된 상태였는데 최근 현지 중국 업체가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며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오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계약중인 공연이 실질적으로 무대에 오르기 위에서는 중국 문화부(우리나라의 문체부)의 '비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롭게 진행 중인 공연 중 비준을 받은 작품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진영섭 컬쳐홀릭 대표는 "계약서 날인만 했다고 공연이 막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의 공연은 문화부의 비준이 나야만 극장을 잡고 마케팅을 할 수 있는데 아직 중국정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비준이 나지 않으니 중국 쪽 파트너도 실질적인 사업 진행을 어려워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HJ 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국민들의 반한(反韓)감정 해소도 공연계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사드로 인해 불거진 반한감정에 이번에 오르는 '빨래'는 포스터에서 서울 대신 '현대 국제적인 대도시'라고 배경을 밝히며 한국적 색채를 지우는 쪽을 택했다.
국내 공연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유커들이 가장 선호하고 즐겨 찾는 공연관광의 대표 격인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제작사 측은 "아직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문의는 없다. 다만, 한한령이 풀리고 있다는 이야기에 여행사에 접촉해 보면서 준비하는 단계"라며 "조심스레 앞으로 한한령이 풀리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