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150여명의 진술조서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되는데 부동의했다. 결국 검찰은 150여명 증인을 모두 법정에 불러 신문해야 해 재판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에서 검찰이 ‘삼성 뇌물죄’ 관련 제출한 증거 가운데 판결문ㆍ정관ㆍ법령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되는데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통상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를 검토해 동의하는지 여부를 밝힌다. 피고인 측이 동의하면 바로 증거로 채택된다. 부동의하면 법정에 증인을 불러 증거의 내용과 신빙성에 대해 다퉈야 한다.
재판부는 “설마 (부동의한 조서의) 원 진술자들을 모두 불러 증인신문하자는 취지는 아니시죠”라고 변호인단에 물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는) 반대신문이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실무자들이 업무 처리 과정을 그대로 진술한 조서도 있을 것 같아 그런 진술자들까지 모두 법정에 불러 신문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유 변호사는 “검찰에서 공소사실과 관련없는 증거를 철회하면 저희가 굳이 부동의해서 반대신문할 필요가 없다”고 받아쳤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이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재판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삼성으로부터 433억원 대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법정에 150여명 증인을 모두 불러 신문하는 일이 생긴다. 하루 3명의 증인을 불러 주 3회 재판을 한다 해도 꼬박 4~5개월 동안 ‘삼성 뇌물죄’ 증인신문만 해야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이뤄진 서류증거 조사 절차도 하나하나 문제삼았다.
박 전 대통령 측 이상철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 “기록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증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증거기록이 방대하고 예상되는 증인 수가 많다”며 “제한된 시간 안에 재판을 진행하려면 당장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재판기록부터 조사하는게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 문제제기는 이어졌다. 검찰이 ‘청와대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재단 설립을 지시해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전경련 관계자들의 증언을 제시하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반발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주신문 내용만 보여줘 재판부의 심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도 “이렇게 하면 검찰의 일방 주장만 언론에 보도되고 반대신문 내용은 보도가 안된다”며 “검찰이 진술조서 하나를 제시할 때마다 반대신문 부분을 법정에서 공개해 의견을 밝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검찰 측 주신문 내용만 공개한 것이 아니라 중요 내용이라 설명한 것”이라며 “변호사들이 증인에 대해 반대신문한 부분도 포함돼있다”고 맞섰다.
양측의 공방이 치열해지자 재판장은 “증거의 요지를 말하는 것 만으로도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부분은 검찰보다 변호인이 더 잘 알테니 (검찰 증거조사를 듣고) 이후 의견을 진술해달라”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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