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포켓몬 캐릭터를 잡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로 잘 알려진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 의료 현장에도 접목돼 화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조환성 정형외과 교수팀은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로봇공학과(홍재성 교수)와 함께 세계 최초로 태블릿 PC 기반의 ‘골종양 수술용 증강현실 시스템’을 개발해 실제 골종양 환자 수술에 시행했으며 해당 환자가 완치된 것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증강현실 시스템을 개발해 골종양 수술에 적용한 것은 2015년으로, 병원은 환자의 골종양이 완치된 것을 확인한 후 이번에 공식 발표했다. 국내 의료기관 중 가장 활발하게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 현장에 도입하는 분당서울대병원은 골종양 수술용 증강현실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상품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증강현실 시스템을 골종양 수술에 적용한 것인 분당서울대병원이 세계 최초이다.
◆ 눈에 안 보이는 종양 가상으로 표시…수술용 내비게이션 단점 보완
정강이뼈에 발생한 골종양의 위치를 증강현실 시스템을 이용해 보여주고 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종양의 위치다. /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분당서울대병원의 증강현실 시스템은 CT, MRI 등 영상진단 이미지를 통해 확보한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집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종양의 위치 정보를 태블릿 PC에 표시해준다.
뼈에 생기는 암(癌)인 악성 골종양은 팔·다리 등 신체의 뼈에서 암이 발생해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다. 과거에는 골종양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암이 발생한 부위부터 그 아랫부분의 팔·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뼛속의 종양은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방사선 사진만으로 크기나 위치를 감별하기도 힘들다. 실력이 뛰어난 의사라도 종양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없어 뼈를 필요 이상으로 절제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동안 국내·외 의료진은 영상 이미지를 기반으로 암과 주위 조직을 구분하고 수술위치를 안내해 주는 ‘수술용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수술용 내비게이션은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 장비 부피가 크고 사용방법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조환성 교수는 “복잡하고 값비싼 수술용 내비게이션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증강현실’에서 찾았다”면서 “태블릿 PC를 사용해 안전하고 완벽하게 골종양을 제거하면서도 최대한 뼈를 살려 수술 후 팔·다리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강현실 수술, 오차 줄여 정확성 높다는 점도 입증
동물실험에서도 증강현실을 이용한 골종양 절제 수술이 기존의 수술법보다 정확도가 높았다.
조환성 교수(사진)팀은 총 123개의 돼지 대퇴골 중 82개의 대퇴골(넓쩍다리 뼈)에 대해서는 증강현실 시스템을 통한 수술로 골종양을 절제했고, 41개의 대퇴골에 대해서는 증강현실 시스템의 활용 없이 기존 방식대로 절제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절제된 종양을 통해 안전거리를 얼마나 지켜 암과 주위 조직을 절제했는지 두 수술의 결과를 비교했다.
보통 종양을 자를 때는 암의 경계로부터 10mm정도의 안전거리를 두고 암을 포함해 주위 정상조직을 절제한다. 예를 들어 골종양의 크기가 지름 30mm라면 10mm의 안전거리를 양쪽으로 적용하고 종양을 포함해 지름 50mm정도로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안전거리를 최대한 벗어나지 않도록 절제해야 재발을 예방하고, 수술 후 뼈 조직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증강현실 시스템을 활용한 골종양 절제 수술과 기존 수술법으로 진행한 수술에 대해 10mm의 안전거리에서 벗어난 오차를 양쪽으로 측정했다. 증강현실 시스템을 통한 수술의 절제 면에서는 A등급인 3mm이하의 오차를 보인 경우가 90.2%, B등급인 6mm 이하의 오차가 9.8%로 확인됐다.
반면 기존 수술법에서는 A등급이 70.7%, B등급이 19.5%, C등급인 9mm 이하의 오차가 6.1%였으며, 나머지 D등급인 3.7%에서는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종양을 남겨두고 절제했거나 9mm를 넘는 오차를 보이기까지 했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팔·다리뼈에 발생한 골종양 수술을 위한 증강현실 시스템의 개발과 그 유용성을 평가한 것”이라면서 “현재 팔·다리뼈에 발생한 암 수술용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골반 엉덩이뼈에 생긴 암에도 적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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