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알파고 2.0] 이세돌 "커제 9단 최선 다했다"…본인 조롱했던 커제 배려 해설 '눈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커제 9단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알파고와 3국까지 뒀을 때 느낀 심정이지만, 인공지능(AI)과의 대국에서 오는 생소함 같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IT조선

이세돌 프로 바둑기사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패한 커제 9단을 응원한 훈훈한 해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진행된 인간과 인공지능의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는 세계 랭킹 1위 커제 9단을 상대로 155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번 대국에서 커제 9단이 패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에서도 인공지능이 2대 0의 스코어로 승리를 챙겼다. 반면 커제 9단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 실망감을 안겨줬다.

커제 9단은 백돌을 잡고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국에 임했다. 평소 커제 9단이 백돌을 잡을 때의 승률은 81%로 흑돌을 잡았을 때보다 높아 인간 대표의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흑돌을 잡은 알파고는 3,3 포석으로 예상을 깨고 안정적인 바둑을 뒀다. 3,3 포석은 공격적인 바둑을 선호하는 최근 바둑계에서 잘 두지 않는 수로, 집을 많이 확보해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커제 9단 역시 선호하지 않는 '흉내바둑' 전략을 구사해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알파고는 시종일관 전체 대국 흐름을 주도하면서 커제 9단을 압박했고, 75수까지 둔 상황에서 좌하변의 백돌 8점을 포위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커제 9단은 자신의 특기인 판 흔들기에 나섰다. 전체 바둑을 복잡하게 만들어 상대의 실수를 유발토록 하는 전략이지만, 감정이 없는 알파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바둑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알파고는 우하변에 75집 이상을 만들었다. 커제 9단은 그때까지도 제대로 된 집이 없었다. 155수까지 힘든 대국에 임했던 커제 9단은 끝내 돌을 던졌고, 알파고는 계가(집을 계산하는 마무리 작업)를 하지 않는 불계승을 획득했다.

IT조선

23일 진행된 첫 대국보다 싱거운 승부가 나자 사회자는 이세돌 9단에게 "커제 9단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바둑 해설은 맡은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맞지만 아마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사람이 앉아 있다해도 상대의 성향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고 커제 9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이세돌 9단은 초읽기에 몰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대국을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총 5번의 대국 중 3번을 연달아 패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4번째 대국에 임해 1승을 거뒀다.

커제 9단은 지난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2연패를 당했을 때, 인류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독설을 퍼부었고, 자신이 알파고와 붙는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끝으로 사회자는 이세돌 9단에게 인공지능과의 재대결에 임할 의향을 물었고, 이에 대해 이세돌 9단은 "현실적으로 인공지능과 재대결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며 "바둑계를 위해 후배를 양성해 실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더 준다고 해도 인간은 집중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일본의 장기계가 그랬듯이 바둑의 발전을 위해서 프로바둑 기사들이 알파고와 더 자유롭게 바둑을 둘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IT조선 김남규 기자 nicekim@chosunbiz.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