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최희서, 이제훈/메트로 손진영 |
'박열' 이준익X이제훈의 '실제'에 집중한 파격 변신
'왕의 남자' '사도' '동주' 등 시대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이 영화 '박열'로 관객들에게 또 한번의 울림을 선사한다.
'동주' 이후 1년만에 선보이는 신작 '박열'은 역사 속에 가려진 실제 인물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영화다. 일제의 폭압에 강한 분노를 느끼고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도쿄로 건너가 적극적으로 투쟁했던 청년 박열과 그의 연인이자 동지인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스크린 위에 펼친다. 전작 '동주'가 일제강점기 찬란히 빛났던 미완의 청춘들을 담담히 그려냈다면, 이번에는 조선 최고의 불량 청년 박열의 이야기를 통해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또 다른 청춘을 담아낸다.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대세로 거듭난 이제훈과 '동주'를 통해 신예로 떠오른 최희서가 각각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로 분한다.
영화 '박열' 포스터/메가박스(주)플러스엠 |
25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는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제훈, 최희서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감독은 "앞전에 '아나키스트'(2000)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름없는 독립 운동가들을 많이 알게 됐다"며 "그분들 중에서도 박열이라는 청년이 주는 인상이 강했다.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드디어 결과물을 냈다"고 입을 뗐다.
'아나키즘'은 제도화된 정치 조직, 권력, 사회적 권위를 부정하는 사상 및 운동을 뜻한다. 개인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우고 그에 대한 억압적인 힘을 부정하는 사회철학이자 정치이념이다.
감독은 "'박열'을 통해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이가 갖고 있는 순수한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과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힘들었던 일제강점기의 박열만큼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살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제훈/메트로 손진영 |
이번 작품은 배우 이제훈의 연기 인생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으로 한차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언젠가 감독님의 세계 안에서 연기를 펼쳐보이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열망했었는데, 쉽지 않은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계셨기 때문에 저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작품에 뛰어들 수 있던 것 같아요."
이제훈은 "기존 이미지를 지우고 박열이라는 한 인물에 녹아드는 작업이 즐겁고 행복했지만,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제 변신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이 많았다"며 "테스트 촬영 때 감독님마저 분장한 저를 못 알아보셨는데, 관객들에게도 이제훈이라는 사람이 지워지고 박열로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감독이 이제훈을 캐스팅한 이유는 떠오르는 이미지가 '뜨거움'이었기 때문이다. "본인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불덩이를 뿜어내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박열과 많이 닮아있어 캐스팅했다"며 "솔직히 박열과 이제훈 배우의 외모는 닮지 않았다. 하지만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고 화제가 된 건 내면의 분위기가 닮아있어서 외면까지 닮아보이는 것처럼 착각이 드는 것이다"라고 감정 몰입에 힘썼던 이제훈의 집중력과 연기를 칭찬했다.
영화 '박열'은 간토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일제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의 실제 삶에 집중한다. 이 감독은 실존 인물을 스크린 위에 옮기는 작업을 할 때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연출자가 역사적 인물을 대하는 태도'를 꼽으며 "무엇보다 인물의 가치관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 작품은 스펙터클한 오락영화가 아니다. 때문에 제작비를 많이 들일 이유가 없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제훈, 최희서/메트로 손진영 |
실제로 감독과 제작진은 철저한 고증을 위해 일본의 각 신문사에 연락을 취해 사건이 일어났던 날짜의 기사 내용을 모두 요청해 검토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감독은 "영화를 보면 '실제로 저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픽션을 가미했겠지?'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부 신문에 나왔던 내용들"이라며 철저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강조했다.
실존 인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내기 위해 이제훈 역시 심혈을 기울였다. 박열의 신념과 사상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기록물들을 공부하는가 하면, 감옥에서 단식 투쟁을 벌였던 모습을 설득력있게 그리기 위해 촬영 내내 자발적으로 금식을 자처했다.
이제훈은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 있어서 박열과 같은 인물을 또 만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정말 잘해내고 싶었다.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작품이 완성되고 보니 뿌듯함이 크다. 이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인 일본인 여성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한 최희서의 감회 역시 남달랐다. 전작에서 적은 분량임에도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여 존재감을 발산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무려 41씬을 연기했다.
최희서는 "이렇게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후미코의 자서전을 읽으며 인물에 대해 연구했다"며 "다만, 일본인 역할이기때문에 어려움이 따랐다. 일본어 대사를 하는 것보다 한국어 대사를 어눌하게 하는 게 힘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준익 감독과 배우 이제훈, 최희서의 조합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박열'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뜨거운 공감을 자아낼 것이다. 6월 28일 개봉.
신원선 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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