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한 지 넉 달이 넘었다. 그래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재임 때 “You are so Obama!”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너, 쿨하고 멋지다”는 뜻이다. 소통을 잘한 게 성공의 비결이다.
이런 오바마가 2008년 취임 때부터 닮으려 한 인물들이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미국 16대 대통령), 존 F 케네디(35대), 마틴 루서 킹 목사다. 링컨의 화합, 케네디의 변화, 킹의 평등을 배우려 했다. 오바마는 퇴임에 즈음해 “(대통령으로서) 힘들고 고립감을 느껴 연대감을 얻고 싶을 때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마틴 루서 킹,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의 책을 읽으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역대 대통령 3위는 프랭클린 루즈벨트(32대)다. 2위는 조지 워싱턴(1대)이고, 1위가 링컨이다. 루즈벨트는 대공황을 넘은 경제대통령, 워싱턴은 ‘아름다운 퇴장’의 전통을 세운 민주대통령, 링컨은 정적까지 품은 통합대통령으로 추앙받는다.
오바마가 배우려 했고, 미국인들이 지금까지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링컨이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도 링컨을 존경했다. 2001년에는 ‘노무현이 만난 링컨’(학고재)이라는 책까지 냈다. 링컨과 노무현은 닮은 꼴이다. 둘 다 가난했다. 독학으로 변호사가 됐고,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정치인생은 꼬였다. 여러 차례 선거에서 졌고, 기반도 취약했다. 그럼에도 정치력을 발휘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점까지 닮았다.
링컨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통령이 됐다. 시대에 대한 안목과 통찰력, 그리고 소명의식이 밑거름이었다. 노무현은 이런 링컨에 천착했다. 링컨의 길을 가고자 했다. 그 평가는 역사의 몫으로 남아 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루즈벨트를 존경한다. 이미 2012년에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언급했다. 대공황의 위기를 넘어 미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이끈 루즈벨트의 개혁에 매료됐다. 당연히 벤치마킹 대상이다.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정부 주도 공공정책)과 노변정담(爐邊情談, 라디오 연설을 통한 대국민소통)을 한국판으로 시도하는 게 출발점이다.
우연찮게 두 사람의 대선 당시 상황이 닮았다.
“우리 역사상 단 한 명의 후보를 패배시키고자 이렇게 많은 정치세력이 규합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증오하기 위해 똘똘 뭉쳐 있습니다. 나는 이들의 증오를 환영합니다”(1936년 10월, 루즈벨트)
“오로지 문재인 반대만을 외치는 적폐세력들의 연대, 저는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 뒤에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 있습니다. 문재인은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습니다”(2017년 4월, 문재인)
노무현은 “정치하지 마라”고 했다. 친구의 말을 듣지 않은 문재인은 대통령이 됐다. 이제 루즈벨트의 길을 걸어, 노무현을 넘어서려 한다. 발걸음은 이미 뗐다. 23일 노무현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각오를 다졌다. “재임 중에는 다시 오지 않겠다. 성공한 대통령이 돼 돌아오겠다” 훗날 역사는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묶일 수 밖에 없다. ‘운명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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