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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성균중국의 窓] 중국에 ‘通’하는 외교 논리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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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박사)

필자는 중국 유학시절에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관련한 몇 가지 경험이 있다. 중국정부초청장학생에 선발돼 입학통지서를 받고 보니 가장 원했던 1지망이 아닌 2지망 학교였다.

중국 교육부에 항의를 했지만, 그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규정에 의해 안배한 것이며 배정 받은 대로 가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케이스에서 학교를 옮긴 과거 선례를 근거로 따져 묻자 “그건 그거고 너는 너”라는 다소 황당하고도 기분이 상하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수차례 항의 끝에 결국 얻어낸 결과는 1지망 대학의 박사 입학시험에 그 다음해 다시 응시해서 합격하면 장학금을 그곳으로 옮겨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발생했다. 어린 딸을 키우던 필자는 휴학 수속 후 한국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복학 후 당연히 장학금이 재개될 거라 기대했지만 중국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휴학한 순간 장학금은 끝났고 다시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들었던 말도 비슷한 취지였다.

원칙을 지킨다고 하면서 과거의 선례 따위는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될 뿐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게 처리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분위기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중국인들의 눈에는 필자의 모습이 “과거에 이랬으니 지금 내게도 해달라”고 떼쓰는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걸 중국 생활을 어느 정도 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중국인들이 얼마나 실용적이고, 자신의 이익에 맞는 논리 대결에 익숙한지 삶을 통해 체험했다. 중국인들과 상대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걸 관철하려면 ‘중국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를 내세워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출구론’이 거론되는 등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초청받지 못했던 일대일로 포럼 초청장이 날아오고, 한국 연예인 섭외요청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경색된 양국 관계를 타개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미·중 양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및 한반도 이슈가 상위에 랭크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가 투여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과의 원활한 소통은 우리의 국익 실현에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은 남북 관계를 개선시킴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일궈나가는 작업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의 이해와 지지를 받아내는 것도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과제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국의 긴장악화 자제’라는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고 있는 중국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한반도 전쟁을 반대하고, 북미나 남북 간 신뢰 증진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자국의 이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은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은 최대한 살려 우리의 외교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반대로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우리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대(對)중국 논리를 고안해 방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권과 무관하게 향후 한국이 다른 국가와의 기싸움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일관된 원칙과 논리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과연 우리의 안보에 긍정적인가 여부도 중요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사드국면으로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최대한 우리의 입장에 맞게 풀어나갈 수 있는 해법이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중국의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

중국이 ‘두개의 백년을 통한 중화민족의 대부흥’, ‘핵심이익 수호’, ‘친·성·혜·용’ 등 다양한 공식 담론과 개념을 무기로 온 국민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타국과의 외교전에 나서는 것을 주목했으면 좋겠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철저히 미국의 자국에 대한 봉쇄 차원으로 파악하면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한국에게는 한·중 관계의 틀로 압박하고 있다.

우리에겐 온 국민의 피를 끓어오르게 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장기적이고 핵심적인 비전이 없는가? 한국은 왜 타국에 인정하라고 요구할 우리의 핵심이익 및 레드라인을 규정하지 못하는지 묻고 싶다.

우선 전 국민이 받아들일 만한 비전과 국익 수호를 위한 담론 및 원칙들을 제정하고, 더 나아가 중국에 ‘통(通)’하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영어권 교육을 통해 미국식 사고관을 가지고 중국의 겉모습을 ‘머리’로 분석하는 엘리트보다는 최소한 중국인과 중국생활을 실제로 체험해 그들의 논리를 ‘마음’으로 감지하는 국내 전문가들이 적합할 것이다.

중국인들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련된 논리의 발굴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김봉철 niceb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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