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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이미란 "롯데콘서트홀, 설명 아닌 공감 전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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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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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클래식음악 전용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에는 아나운서로 오해를 받는 직원이 있다. 눈에 띄는 외모와 단정한 말투 덕분이다. 공연하러온 서울시향 단원들은 그녀에게 콘서트 사회를 보러 왔는지 묻기도 했다. 롯데콘서트홀 이미란(39) 홍보책임이다.

이 책임은 오는 6월2일 시작하는 롯데콘서트홀의 L.콘서트 중 하나인 '어쿠스틱 스테이지'의 토크 진행자로 나선다. 이 프로그램의 첫 무대를 꾸미는 비안 트리오,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6월28일), 베이시스트 성민제(11월10일) 등 아티스트와 직접 대화를 한다.

L.콘서트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슈베르티아데'와 '더 기프트' 진행자는 무려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하피스트 곽정이다. 클래식음악 연주자나 유명 인사가 아닌 공연장 홍보책임자가 기획공연 진행자로 나서는 건 드문 일이다.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이 책임은 "일반 대중분들과 유사한 수준과 시각으로 클래식음악을 표현하고 전달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회사에서 맡겨주셨다"며 "곡에 대한 설명이 공감을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일종의 클래식음악의 통역사"라고 웃었다.

이 책임은 지난해 8월 28년 만에 서울에 생긴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롯데콘서트홀의 '입'으로 통한다. 언론 창구를 담당하는 건 물론 공연장 내에서 울려 퍼지는 안내 음성도 그녀의 목소리다. 이달 21일 롯데그룹 자체에서 연 사회공헌 콘서트 '희망 콘서트 - 더 드림'의 MC로도 활약한 이 책임은 이미 클래식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향의 '음악 이야기'·'우리동네 음악회'·'비바시리즈' 진행을 도맡았다.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인 진행으로 관계자와 청중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다.

이 책임은 사실 울산 MBC 아나운서 출신이다. 2000년대 초반 약 2년 간 이곳에 몸 담으면서 문화예술을 취재하는 리포터로도 활약했다. 그녀가 아나운서를 꿈꿨던 이유는 클래식 FM을 진행하고 싶어서였다. 고등학교 방송반 시절 클래식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맡은 후 꿈 꾼 일이다.

하지만 첫 직장에서는 그녀가 진행할 만한 클래식음악 프로그램이 없었다. 이후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한 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구 전국문예회관연합회)에 들어가 클래식음악 지원 관련 일을 맡았다. 2006년 명동정동극장으로 옮겼고, 2009년 명동예술극장이 개관하면서 이곳에서 기획·홍보 일을 담당했다.

클래식음악에 대한 꿈이 막연히 멀게 느껴지던 2013년 11월,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시향에서 '음악이야기' 프로그램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삽입곡으로 유명한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를 연주하는데 스토리텔러가 필요하다며 그녀에게 제안을 한 것이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평소 클래식음악에 대한 소양이 있으며 구연동화를 잘하는 걸 알고 있던 서울시향 관계자가 다리를 놓았다. 이 책임의 사회가 반응이 좋았던 덕분에 결혼을 한 뒤 육아에 집중하기 위해 2014년 명동예술극장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작년까지 서울시향 음악프로그램과 함께 했다.

공백기 동안 아나운서 아카데미와 승무원 아카데미에서 프리랜서로 스피치 강사를 한 그녀는 하지만 "공연장에서 다시 일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고 했다.

"남편(동아일보 기자)을 비롯해 알고 지내던 기자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눈 앞에 바로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관심을 놓지 않고 지식을 꾸준히 쌓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을 수 있죠. 저야 운이 좋았지만요." 피아노, 바이올린 그리고 가야금을 배운 이 책임은 현재 클라리넷을 익히고 있다.

만 다섯살짜리 딸을 둔 '워킹맘'이기도 한 이 책임은 올해 어린이날 음악회에 딸과 함께 한 것을 보람된 일로 꼽았다. "바람이 있다면 엄마의 눈높이에서 클래식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웃었다.

과거 시각장애인을 위한 명화해설 스크립트를 녹음해 전국의 맹학교와 시각장애인 단체에 보급하는 일에 참여하기도 한 이 책임은 클래식음악 관련해서도 소외계층을 위한 녹음 작업도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세상의 악기들이 조화롭게 구성이 돼서 가장 아름답게 소리가 배치돼 있다는 점이 클래식의 매력이에요.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의 개성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죠. 부족하지만 그 가능성을 전달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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