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 이후 언론에서 '40년 지기'라는 표현의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연합뉴스가 23일 <갈라선 '40년 지기'…최순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박근혜>라는 기사를 출고했고 종편과 심지어 일부 지상파 방송에서도 '40년 지기'라는 표현들을 내보냈다.
24일자 아침 신문들도 조선일보가 <'40년 지기' 두 사람, 눈길 한번 안줬다>고 1면 기사 제목을 뽑았고 다른 다수의 신문들이 그런 논조를 이어갔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국어연구원에 물어보니 '지기(知己)'는 '지기지우(知己之友)에서 온 말로 "자기의 속마음을 참되게 알아주는 친구.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벗"의 뜻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가 정말 마음이 통하는 '지기'가 맞을까?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관계 왜 '40년 지기'가 아닐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가?
=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경제적 공동체'라는 표현을 일부 언론에서 제기했다가 논란을 빚었고 그 외에는 '40년 지기'라는 표현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 관계를 규정하는 표현이 없다. (특검에서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고 여러차례 해명했다.)
박영수 특검팀의 핵심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특검팀 내부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를 규정할 말을 두고 고민을 했지만 표현하기에 적절한 말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40년 지기'라고 표현하지만 그 표현을 잘못된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친구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말로 표현하기 곤란한 특수관계"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 필요에 의한 '공생관계'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면서 "박근혜는 최순실에게 의존했고 최순실을 박근혜를 이용한 그런 관계"라고 말했다.
▶ '친구 관계'가 아니다?
= 두 사람의 관계를 깊이 들어가서 따져보면 '지기'라고 하는 건 부적절 하다는 게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과 특검팀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공주와 시녀' 또는 '주종관계'로 보는 게 맞다고 한다. 특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의상에서부터 심지어 속옷까지도 최순실씨에게 의지했지만 친구로 대하거나 동급으로 대하지는 않았다"고 확인했다.
'지기' 또는 '친구관계'라고 부를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정도의 관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식사를 담당했던 김막업 요리사의 증언이나 특검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최순실은 박근혜와 겸상도 하지 못하고 내실에도 들어갈 수 없는 존재였다고 한다.
김막업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은 내실 출입을 하지 않았습니까?'는 질문에 "최순실도 유리문 안으로 들어간 적이 없어요. 대통령과 같이 식사했다는 말도 다 엉터리입니다. 대통령은 늘 혼자 식사를 하세요"라고 답했다.
'지기'라는데 밥도 같이 못먹고 내실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관계를 마음이 통하는 친구사이인 '지기'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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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주종관계'인가?
= 그렇게 보기도 하는데 박영수 특별검사는 '아주 특수한 주종관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두 사람이 친구관계는 분명아니다"면서 "모든 걸 돌봐주고 심부름하고 경제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일종의 집사와 주인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그러면서도 "사실상 운용에 들어가면 주종이 뒤바뀌는 관계"라면서 "겉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주'고 최순실이 '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최가 결정하면 박이 따르는 주종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최순실씨에게 박 전 대통령은 선망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비선 진료'를 한 김상만 의사가 박 전 대통령에게 '태반주사'나 이런걸 처방하고 나면 자신도 똑같은 처방을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최순실이 주말마다 청와대에 들어가서 김밥을 싸달라고 하거나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는 것이다.
그래서 '특수한 주종관계' 또는 아주 '특이한 관계'라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해봐야 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가 "누나가 최순실 정윤회 이야기만 나오면 최면이 걸린다"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의존한 걸 두고 그런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 박 전 대통령은 두 사람이 어떤 관계라고 했나?
= 박 전 대통령은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 또는 '오랜 인연'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다가, 태블릿PC가 공개되면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10월 25일 첫 번째 대국민 사과에서 처음 인정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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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두 번째 대국민 사과 때에는 조금 더 들어간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었고, 왕래하게 되었다"며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특검의 한 핵심관계자는 "최순실은 박근혜나 청와대 문제를 자기 자의적으로 한 일은 없다"면서 "모든 것이 박근혜의 입을 통해 나와서 이뤄지는 일이지 독자적으로 할 역량이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사회적 네트워크도 없고 스스로 뭘 하겠다고 엄두를 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누굴 좀 알아보라고 하면 최가 차은택을 통해 인선을 하고 장시호를 통해서도 인선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 그 근거라는 얘기다.
▶ 그래도 두 사람의 관계가 이해가 안 되는데?
= 마찬가지다. 내용을 잘아는 여러 관계자들의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관계라고 똑 부러지게 규정하기가 어려웠다.
특검의 핵심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의 관계를 통상의 인간관계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특검에서는 법률상으로는 공범으로 본다. 경제적으로 '경제적 공동체'라고 표현하기는 법률용어도 아니고해서 어렵지만, 일종의 공동체처럼 서로 의존하고 도운관계가 맞다. 또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공주와 시녀. 도는 주종관계처럼 해왔다. 그런데 국정업무와 관련해서는 최순실이 결정해야 박근혜가 이를 지시하는 뒤바뀐 주종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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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얘기를 들었는데 최순실씨 4차 공판에서 특검과 장시호씨의 문답 중 이런 얘기가 있다.
최순실 4차 공판 당시 특검과 장시호 씨의 문답 |
특검 :정유라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도 최순실이 대통령과 통화로 상의했죠? 장시호:네. 특검:최순실이 대통령과 통화하고 나서 "이사장(박근혜)이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을 했나? 정유라 남자친구인 신주평을 군대에 보내달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자 실망해서 그렇게 말한 건가? 장시호:그렇다. 속상해하며 이모가 많이 울었다. |
이 정도 문답이었지만 실제로는 최순실씨가 '신주평을 군대에 보내 가둬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그걸 내가 어떻게 하나'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최순실이 앙심을 품고 박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가 고의로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박근혜가 '미친듯이 계속 전화를 했다'는 진술을 장시호씨가 했다고 한다.
또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에서 보면 특수한 관계이고, 장시호씨가 '삼성동 이모'라고 불렀다니까 그것도 또 헷갈리고, 어쨌건 언론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40년 지기'라고 하는 건 오랫동안 알고지낸 관계는 맞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통할 정도의 벗'이라고 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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