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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빙상협회 VS 휠라’ 올림픽 수트 전쟁…. 법정 싸움 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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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 평창동계올림픽 9개월 앞두고 경기복 후원사 교
5년간 50억 투자한 휠라 “억울하다”… 유니폼 성능 시험 공개 ‘이상화 기록 1초 떨어질 수도’
경기복 싸움으로 국내 빙상종목 치명타 우려… 빙상연맹에 속시원한 해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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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인 이상화 선수/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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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니폼을 놓고 기존 공급업체였던 휠라코리아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빙상연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9개월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유니폼 제조사를 선정한 것이 발단됐다. 휠라는 지난 18일 법원에 공모절차 진행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휠라코리아는 성명을 내고 “빙상연맹를 상대로 국가대표 경기복 후원사 선정과정에서 공공성과 공정성을 침해받았다고 판단해 18일 법원에 공모절차 진행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휠라코리아는 △대한체육회 회원사로서 후원사 공모절차 중 지켜져야 할 빙상연맹의 공공성과 공정성 위반 △합리적 근거 없는 후원사 자격 제한 △촉박한 제안서 제출 기한과 부당한 조건 부가로 인한 입찰 기회 박탈 등을 가처분 신청의 근거로 내세웠다.

◆ 빙상연맹, 휠라에 우선 협상 결렬 통보… 경기복에 5년간 50억 투자한 휠라 ‘황당’

빙상연맹은 2012년 10월부터 휠라코리아를 통해 네덜란드 제작업체 스포츠 컨펙스 사가 제작한 유니폼을 후원 받아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에게 지급해왔다. 양측은 4월 30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우선협상 기간인 3월 15일까지 계약 연장을 협의해 왔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휠라가 공급한 경기복에 대한 선수 불만을 이유로 우선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새로운 유니폼 업체를 물색했다.

연맹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 8명을 대상으로 휠라, 미즈노(일본), 헌터(네덜란드) 등의 경기복 입고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고, 4월 25일 새 경기복 제조업체로 네덜란드 헌터사를 낙점했다. 이어 5월 10일 헌터 사 유니폼을 공급할 수 있는 후원사 공모에 나섰고, 스포츠 매니먼트 업체 브라보앤뉴가 새 후원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휠라는 빙상연맹의 경기복 제조사 및 후원사 선정 과정 중 주요 항목에 위법성을 제기했다.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헌터 사를 유니폼 제조업체로 선정한 후, 해당 업체의 제품 공급을 후원사 공모 자격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특히 유니폼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검증 없이 일부 선수들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한 점을 하자로 지적했다.

휠라는 지난 17일 자체 유니폼 성능 실험 결과를 공개하고 “새로운 유니폼인 헌터 사의 제품을 스피드 스케이팅 간판스타인 이상화가 착용할 경우 기록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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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는 자체 실험을 통해 CFmx(Force Coefficient: 레이싱 스피드로 인한 맞바람으로부터 받는 힘)값이 스포츠 컨펙스의 경기복이 헌터 경기복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밝혔다./그래프=휠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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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가 네덜란드 마르켄 소재의 DNW 본사에 의뢰해 윈드터널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스포츠 컨펙스의 경기복 무게는 300g으로 헌터의 335g보다 35g 가벼웠으며, 스피드에 직결되는 공기저항도 스포츠 컨펙스의 유니폼이 헌터 유니폼보다 10% 이상 낮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또 레이싱 스피드로 인한 맞바람으로부터 받는 힘의 값이 스포츠 컨펙스의 유니폼이 헌터 경기복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설명했다.

휠라 측은 서울대 체육교육과 안주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스케이팅 속력의 한계를 공기 저항만으로 가정한다면, 새 수트로 바꿀 경우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가 소치올림픽에서 세웠던 37초28의 기록보다 최소 1초 이상 기록 저하가 나올 수 있는 실험 수치"라고 주장했다.
빙상협회의 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상화 선수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휠라의 유니폼이 더 낫다”라는 의견을 피력해 논란이 더 불거졌다.

◆ 휠라 자체 실험 결과 헌터 유니폼 성능 미달... 빙상협회∙헌터, “납득할 수 없어”

2012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와 10위 선수의 기록 차가 1초 정도다. 만약 휠라의 주장대로 새 유니폼으로 인해 1초 이상의 기록 저하가 발생한다면,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빙상 종목에 치명타를 끼칠 수 있다. 이는 당초 협회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유니폼을 교체한다는 주장과도 대치되는 대목이다.

한 스포츠 마케팅 관계자는 “기존의 유니폼이 함량 미달이었다면 협회는 보다 빨리 초치를 해야 했다. 경기복 개발에만 2~6개월가량이 소요되는데, 올림픽이 9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유니폼을 교체한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는 선수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스포츠 마케팅 관계자는 “스포츠 시장은 철저히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다. 계약만료에 따라 새로운 스폰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협회의 정당한 권리다. 단, 선정과정이 투명하고 정당했는지에 대한 협회의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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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삿포로아시안게임에서 휠라의 유니폼을 입은 이승훈 선수/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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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 내 알력싸움에 따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온다. 휠라가 공급하는 스포츠 컨텍스의 유니폼은 네덜란드 국가대표에게도 제공되는 것으로, 스피드스케이팅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한국 빙상의 주 종목은 쇼트트랙이다. 실제로 연맹이 주장하는 선수들의 경기복 불만도 쇼트트랙 종목에 집중됐다. 이런 점이 유니폼 교체의 배경이 된 것이라는 추측이다.

휠라코리아는 빙상대표팀의 경기복 개발을 위해 50여억 원의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네덜란드 등 빙상 강국이 국가 차원에서 직접 유니폼을 개발하는 데 반해, 국내 빙상연맹은 휠라를 공급자로 선정하고 개발을 모두 맡겼다. 휠라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오는 7월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올림픽 수트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헌터의 국내 유통권을 가진 브라보앤뉴도 반박에 나섰다. 브라보앤뉴는 "휠라가 공기저항계수와 무게 등 일부 요소만 공개해 편향되고 극단적인 정보가 사실처럼 전파되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테스트를 통한 왜곡된 정보로 회사의 명예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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