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인 팀 셔록(왼쪽)이 24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197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결과 설명회'를 열고 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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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광주) 장봉현 기자 = 5·18 광주항쟁 당시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를 자행한 1980년 5월 21일, 미국은 도청 진압에 나섰던 공수여단이 발포권한을 승인받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CIA 등 다양한 정보망을 통해 신군부가 주장했던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는 정보가 모두 거짓이란 것을 상세히 알고 있었지만, 집단발포 등 광주의 참상을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정황이 공개됐다.
미 언론인 팀 셔록은 지난 24일 광주시청에서 '1979~1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 결과 설명회'를 열고 미국 정부 기밀문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1996년 미국 정부의 5‧18 관련 기밀문서를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을 받은 그는 지난달 10일부터 광주에 머물면서 3500장 분량의 기밀문서 해제(解題) 작업 등을 해왔다.
이날 셔록이 공개한, 1980년 5월 21일 미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광주상황'이란 제목의 문서에는 '공수여단은 만약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그들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면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받았음'이라고 적혀 있다.
셔록은 이에 대해 "미국이 5월 21일 도청 앞 집단발포 당일, 발포 명령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발포를 묵인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밀 문서의 내용 대부분이 가려져 있어 이 자료만을 가지고는 발포 명령자를 파악하기는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가 신군부로부터 1980년 5월 27일 제공받아 작성한 '시민 소요의 개요' 보고서에서는 전두환 신군부가 5·18을 어떻게 왜곡하려 했는지도 적혀 있다.
보고서에는 △군중들이 쇠파이프·몽둥이를 들고 각 집을 돌며 시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집을 불 질러 버리겠다고 위협하고, 폭도들이 국민학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 태워 길거리로 끌고 나옴. 이는 공산주의자들 동원방식과 매우 흡사함이라는 기록 등이 담겨 있다.
셔록은 "신군부가 5‧18을 실제 상황과는 달리 마치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인 것처럼 몰고 갔다"며 "보고서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폭도'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러한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며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신군부의 거짓 정보 외에도 상세한 전두환 신군부 내부 상황, 시민군의 동향, 반미감정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등 광주 상황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었지만, 묵인·방조한 것으로 셔록은 분석했다.
셔록은 "기밀문서의 많은 부분이 미국 CIA의 판단이 언급됐거나, 정보원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가려져 있다"며 "한국 정부가 5·18 진실 규명을 원하면 정보공개법에 의해 30년이 지나 이미 기밀이 해제된 미국 측 문서를 요청,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봉현 coolma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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