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립군' 포스터 |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현시대와 맞아떨어지는 묵직한 메시지로 울림을 전하는 영화가 나왔다.
정윤철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게 된 영화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작품.
스크린과 브라운관 사이 경계 없이 흔히 다뤄왔던 임진왜란과 '광해'라는 소재에도 불구 막상 뚜껑을 연 '대립군'은 기존 작품들과는 달랐다. 전쟁 위주를 그리기보다는 그간 보지 못한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의 여정을 보여줌으로써 '광해'의 성장담에 가깝다. 그 여정을 '대립군'을 통해 조명하면서 '진정한 군주상'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해당 영화는 세종실록 속 '대립군'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존재인 '대립군'의 삶은 '헛깨비'라는 한 단어로 설명이 된다. 초반부터 '대립군'의 먹고 살기 위해 피 터지는 '대립질'을 하는 모습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립군' 무리들과 '광해'(여진구 분)의 만남은 '선조'가 외세의 침략에 서자 '광해'에게 '분조'를 맡기면서 이루어진다. '토우'(이정재 분)가 수장으로 있는 '대립군' 무리들이 '광해'를 호위하게 되는 것.
여진구가 연기한 '광해'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색다른 '광해'다. '광해'가 왕세자가 된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이야기로, 카리스마가 전혀 없고 오히려 유약하다. 왕이 되어야 하는 이유조차 모른다.
이에 여진구는 '광해'를 오히려 왕세자라는 생각을 지운 채 연기하려고 신경을 썼다. 백성들이 왕세자로 바라봐야만 왕세자라는 의미를 그리고 싶었던 것. 행동 하나 하나 섬세하게 표현한 여진구의 연기를 보면 그가 왜 '광해' 역에 캐스팅됐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이정재는 '관상'의 '수양대군'으로서의 인상이 워낙 강해 이번 캐릭터와 겹쳐보이지 않을까 우려됐지만, 그의 노력 덕에 전혀 다른 캐릭터가 완성됐다. 그는 산사나이로 비춰지기 위해 말투부터 고쳤고, 체중도 감량했다. 특히 외세와의 대결에서 펼치는 이정재의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영화 '대립군' 스틸 |
뿐만 아니라 '광해'를 중심으로 '분조' 여정에서 나오는 이들의 산행에서는 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세트 없이 실제 올 로케이션을 통해 촬영을 진행한 것. 이에 현실감을 살린 것은 물론,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장관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산행 중 쉬어가는 순간 '곡수'(김무열 분)의 노랫가락과 백성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선보이는 '광해'의 춤사위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영화의 핵심은 살아남는데 급급했던 '토우'가 원망의 대상이었던 '광해'를 이해하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 이 과정에서 우리 역사의 아픔이 더욱 와닿는다. 나라조차 버리고 도망간 임금, 그래서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백성들의 모습은 감동의 눈물을 이끌어낸다.
다만 '토우'와 '광해'가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감정선의 설명이 부족해 조금은 아쉽다. 그리고 정통 사극이다 보니 극의 늘어짐도 어쩔 수 없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그 시대가 공감을 자아내며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대립군'이 '광해, 왕이 된 남자', '사도'에 이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명품 사극'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봉은 오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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