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약국’ 김혜선(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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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같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우주의 삼라만상이 제각각 달라서 얼마나 많이 쓸쓸하며 얼마나 큰 위안인가. 제각각이면서 같은 고민을 하거나 같은 병증을 앓을 때 서로의 거울이 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말이다.
보라. 호메로스도 시가 써지지 않아 밤새 찬술을 마시고 감기가 걸렸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으쓱하며 위안이 되는 소리란 말인가. 나의 졸시 한 편이 긴 밤 찬 술 마시며 낑낑거림 속에 완성된 것이라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도 그 과정을 거쳤을 것 아니겠나.
내가 찬 밤 홀로 서성일 때 호메로스도 그렇게 서성이며 시를 써나갔을 것이라 여기는 이 배포 좋은 위안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나. 내가 호메로스가 아니고 호메로스는 내가 아니기에 가능하다. 그러니 그대여, 잘 풀리지 않는 일 있거들랑 우리도 약국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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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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