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공대 출신으로 중공업 전문가
경제정책 총괄 국가계획위원장을 맡아
98년부터 6년간 총리로 북한 살림 이끌어
김정일 '드라이브'에 따라가기 급급
98년 헌법에 사적 소유 확대 등 개혁 내용 포함
큰 과오 없이 물러난 뒤 함경남도 당비서로
홍성남 북한 전 총리. [사진 노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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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연형묵이 다녔던 체코 프라하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귀국 이후 57년 군수공장인 평안북도 구성공작기계공장 지배인을 맡으면서 중공업 분야에서 테크로크라트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구성공작기계공장은 종업원 5800여명 규모의 특급기업소로 2000년대 초반부터 ‘자동화의 본보기 공장’이 되면서 공장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곳이다.
홍성남은 그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64년 당 중공업부 부부장을 거쳐 70년 당 중공업부장으로 중용됐다. 그가 정무원(현 내각)으로 간 것은 73년 9월이다. 그 곳에서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을 맡았다. 국가계획위원회는 노동당에서 수립한 경제정책에 따라 북한의 모든 경제계획을 종합 작성하고 각 부서에서 이를 수행하도록 지도· 감독하는 기관이다. 한국의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홍성남은 이런 막중한 자리인 국가계획위원장을 73년~77년, 86년~88년 두 번씩이나 맡았다. 김일성이 경제에 정통하고 업무추진에도 빈틈이 없는 그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86년 정무원 제1부총리에 승진한 뒤 98년부터 총리를 맡았다. 오직 실력만으로 총리까지 올라갔다.
홍성남 총리(사진 가운데)가 2002년 10월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 환영만찬에서 정세현 통일부 장관(사진 왼쪽)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김영성 내각참사. [사진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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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헌법 24조에는 사적 소유 범위를 확대했다. 가축과 주택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 소유 재산은 상속할 수도 있으며 생산수단의 소유 주체에 대해 기존의 ‘국가와 협동단체’에서 ‘국가와 사회· 협동단체’로 확대해 사회단체도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 36조는 대외무역에 대한 통제를 완화했다. 대외무역의 주체도 기존의 ‘국가가 하거나 국가의 감독 밑에서 한다’는 조항을 ‘국가 또는 사회·협동단체가 한다’로 수정했다. 사회·협동단체도 대외무역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허용했다.
헌법 75조는 거주· 여행의 자유를 인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식량난으로 철저한 통제가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98년 헌법 개정의 특징은 권력 분산과 경제개혁의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중국·베트남 등에서 추진했던 경제개혁 노선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홍성남이 총리가 됐던 9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강성대국’을 선포했다. 강성대국은 그해 4월 김정일이 자강도를 현지지도한 내용을 조선중앙방송에서 보도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이는 부강하고 융성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 ‘사회주의 강행군(1997년 말~1998년)’ 이라는 구호를 제시하며 주민들의 희생을 요구했지만 98년에는 새로운 희망을 주민들에게 불어넣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드라이브’에 홍성남은 따라다니기 급급했다. 그렇지만 6년 동안 총리를 한 것을 보면 능력은 인정받은 셈이다. 선군정치의 영향으로 한정된 경제 자원이 군사부문에 우선적으로 배정되는 상황에서 그 자리에 오래 버텼다.
홍성남은 총리에서 물러난 뒤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를 맡았다. 2008년 11월 함경남도 단천광산기계공장 창립 50주년 기념보고회 참석을 끝으로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홍성남은 2009년 3월 요독증성 심근장애로 사망했다. 북한은 그를 연형묵과 마찬가지로 평양시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안장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고수석 기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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