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과 대여금 반환 소송 불가피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단기간 효과에 그쳐"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 전경.© News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재생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서울시와 직권해제된 재개발구역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어서다.
이미 시공권을 확보한 건설사는 대여금 미반환 등 막대한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서울시에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직접 건설사에 조합과 소송 진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해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종로구 사직2구역·옥인1구역은 지난 3월 서울시 직권으로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됐다.
이들 구역은 문화적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아 반드시 도시재생 사업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사직2구역은 주거환경계획 용역 중에 있다"면서 "한옥마을 조성도 계획 중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 중 종로구 사직2구역은 2012년사업시행인가 이후 차근차근 다음 단계를 준비했지만 수년째 제자리걸음 상태였다. 조합이 감당해야 할 금융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시공사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사직2구역 직권해제를 결정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는 대여금 지급뿐 아니라 상당한 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일단 서울시는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구역을 해제한 경우 검증된 금액 100%를 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존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와 조합 측 생각은 서울시와 사뭇 다르다.
건설사는 유무형으로 투입된 금액이 많아 100%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증빙이 명확한 대여금은 제외하더라도 인력·금융 비용 검증은 쉽지 않아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추진위 단계에서 설계사무소가 조합에 재산 가압류를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건설사가 조합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 소송은 당연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사직2구역은 현재까지 350억원을 재개발 사업에 투입했다. 여기엔 건설사가 조합에 지급한 대여금뿐 아니라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액수도 포함된다. 옥인1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옥인1구역 시공사는 이미 조합에 약 40억원을 대여금으로 지급했다.
건설사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조합을 대상으로 재산가압류 등은 당연한 절차다.
서울시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사직2구역과 옥인1구역 시공사에 조합과의 소송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소송전이 불거지면 조합-시공사-서울시-종로구 간 소송전이 난무하게 된다. 결국 서울시가 계획하는 도시재생은 차일피일 미뤄지는 셈이다.
건설사들도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일단 서울시 요청을 받아들이고 소송전 참여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인허가권을 보유한 서울시와 종로구에 밉보일 필요가 없어서다. 그러나 건설사 입장은 추후 사업비 보상 액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1차 수순으로 조합에 대여금 반환 소송을 고려하게 된다"면서 "이후 조합은 건설사 보상을 위해 구청과 서울시에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사업 진행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문화재 존재 유무를 인지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개발계획 변경은 늦장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서울시가 조합과 논란을 예상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권해제에 따른 조합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논란 확산만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내부적으로 이해관계자와 사업성 충돌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는 새로운 정부 정책에 발맞춰 도시재생 계획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이에 사직2구역·옥인1구역과 같은 일방적인 직권해제 구역 증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면 단기간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면서 "도시재생은 장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범사업 등으로 차분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passionkjy@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