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위원, 보유 채권 줄이기로 ‘광범위한 합의’
시장 충격 고려해 대규모 매각 대신 만기시 재투자 않는 방식
“처음에 조금만..자율주행처럼 기계적인 과정” 강조
“조만간 금리 인상”.."증거 확인 때까지 신중" 언급도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4조50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올해부터 줄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연준이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대차대조표상의 채권을 줄이기로 “광범위한 합의”에 이르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총 세 차례의 양적완화(QE)을 단행했다. 시중의 채권과 모기지 증권을 사들이고 대신 현금을 뿌렸다. 이렇게 사들인 채권 자산이 4조5000억달러 규모다. 우리 돈으로 500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지금도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고스란히 쌓여 있다.
4조5000억달러는 미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5% 규모다. 워낙 양이 많은 탓에 연준은 이 채권을 시장에 팔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연준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 규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상, 막대한 규모로 쌓여 있는 채권 마냥 안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매각 시기를 저울질만 하던 연준이 결국 올해부터 채권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12월 FOMC 회의 전에 채권 매각이 시작될 전망이다.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처분한다는 것은 양적완화와 정반대의 경로를 걷겠다는 말과 같다. 연준의 채권이 줄어드는 만큼 시중의 돈이 중앙은행으로 흡수된다. 이른바 ‘긴축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듯 연준은 “매우 느리고 점진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유한 채권을 한꺼번에 파는 방식이 아니라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금씩 채권을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물량이 아주 작고 3개월마다 규모가 늘어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연준은 설명했다. 마치 “자율주행처럼” 기계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채권을 줄이는 작업과는 별도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은 “조만간” 기준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건을 달았다. 위원들은 대체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에 “최근 경제 회복 속도의 둔화된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추가적인 증거를 신중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0.7%(잠정치)에 그쳐 지난 2014년 이후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한달 전보다 0.2% 하락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전에 미국 경제가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물가가 반등한다는 신호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구 때문에 일각에서는 6월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오히려 약해졌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일단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집계한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6월 금리 인상 확률은 현재 78.5%로 의사록이 공개되기 전과 같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또 “여러명의” 위원들은 금리 인상의 속도가 더 빨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 위원들은 인상의 속도가 느린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주장해 의견이 엇갈렸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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