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해외 공장서 생산 유통
업황 갈수록 악화…'세계 최고' 기술 전수도 불투명
사진제공 = 영창뮤직. © News1 |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앞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붙은 피아노 신제품을 보기 힘들게 됐다. 수십년간 피아노 산업을 이끈 삼익악기와 영창뮤직이 국내 생산을 포기해서다.
25일 악기업계에 따르면 삼익악기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시설에서 피아노 생산을 중단했다.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상승한 탓이다.
삼악악기는 피아노 전량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 위치한 생산시설에서 만들고 유통하고 있다. 삼익악기 측은 "제품 수요에 따라 국내 생산 여부를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창뮤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피아노의 국내 생산을 사실상 멈추고 중국에서 제작 중이다. 최종 공정은 국내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규정상 이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일 수 없다.
영창뮤직 관계자는 "고가인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사실상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는 피아노 수요가 갈수록 줄어든 영향이다. 삼익악기의 경우 업라이트 피아노 판매 수량은 2014년 82대에서 2015년 67대로 줄더니 작년 53대에 그쳤다. 그랜드 피아노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14년 79대에서 작년 23대로 3분의 1수준이 됐다.
피아노 산업의 전성기는 1990년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피아노 시장 규모는 해마다 축소되면서 피아노 보급률은 20%대에서 정체됐다.
게다가 중·고가의 일본산 제품과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산 제품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입학, 졸업, 신학기 초 피아노 매출이 늘어나는 계절적 효과도 사라졌고 대규모 수주도 끊긴 상황이다.
업체들도 신제품을 유통하려는 의지가 낮다. 영창뮤직은 작년 중고 피아노 거래 시장에 진출했고 신사업으로 '전문직 공사업'을 영위 중이다. 삼익악기는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고 해외 유명 악기브랜드를 인수해 유통하는 방식으로 경영 색깔이 바뀌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국산 피아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고 기술력을 자부해왔다. 하지만 이 기술이 후대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피아노 생산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면서 '피아노 장인'이라고 평가받았던 기술자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영창뮤직 관계자는 "1990년대 영창뮤직 임직원은 5000여명에 달했다"며 "그중 상당수를 '피아노 장인'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장인으로 부를 수 있는 분이 10여명 정도"라며 "일부는 중국 악기업체로 이직했다"고 덧붙였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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