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혐의 처분'에 법원 '기소강제'로 잇단 유죄판결
'특별검사'격 '공소유지담당 변호사' 재도입 필요성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의 김진태·염동열 의원에 대해 검찰이 잇달아 구형을 포기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사가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대상으로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해 유죄 판결이 나오자 재정신청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다우)는 지난 19일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에게 국회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최종 판단은 배심원이 해달라"며 구형을 포기했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2부(부장판사 민지현)는 지난 16일 재산을 허위로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염동열 의원(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염 의원의 결심공판에서 "앞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 등 이번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증거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며 구형을 포기했다.
검찰은 통상 기소한 피고인을 상대로 유죄를 받아내기 위한 구형을 하지만 위의 두 사건에서 검찰은 구형을 포기했다. 하지만 검찰이 무혐의로 처분했던 두 사건이 재정신청을 통해 법원이 강제로 기소를 했다.
재정신청제도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1954년 도입됐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경우 고소인과 일부 고발인이 법원에 검찰의 결정이 타당한지 묻는 제도로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기소를 강제하게 된다.
이 경우 검사는 자신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서 법원의 결정으로 유죄 취지로 구형을 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통상 검찰은 '재판부의 판단에 따른다'는 모호한 말로 사실상 구형을 포기한다.
© News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때문에 재정신청제도에 대해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정신청 사건의 경우에도 검사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문제점이 드러나자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소유지담당 변호사는 일종의 '특별검사' 격으로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유지를 변호사에게 맡기는 제도다.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가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건은 1988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다. 당시 조영황 변호사는 대법원에 재정신청 특별항고를 했고 결국 고문 경찰관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공소유지담당 변호사 제도는 폐지됐고 공소유지는 다시 검찰의 몫으로 넘어왔다. '재정신청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굳이 공소유지 변호사를 지정해 별도의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재정신청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인용률은 1% 미만이라는 점에서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정신청 건수는 2012년 1만5474건에서 2015년 2만906건으로 해마다 늘고있지만 공소제기 결정이 이뤄진 것은 0.8%에 불과하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신청 대상범위 확대와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제도 등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기에 제도 개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같은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시민단체들도 형사소송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24일 논평을 내고 "죄의 중함에 비해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음을 법원과 배심원단이 모두 인정했다"면서 "이에 대해 검찰이 구형의견조차 내지 않았다는 것은 현행 재정신청 제도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검찰의 강력한 요구로 재정신청의 경우에도 공소를 검찰이 맡도록 됐다"며 "검찰 기소독점의 폐해를 견제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ilverpape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