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3박 4일 하계포럼은 강연은 10시간, 골프는 18시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전체 운영비의 약 60%를 내던 삼성, 현대차(005380), SK(034730), LG(003550)등 주요 그룹의 탈퇴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중견기업들을 상대로 무리한 협찬 금액을 요구해 일부 기업들이 반발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제주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에서 주요 회원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임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2017 전경련 CEO 하계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CEO 하계포럼은 전경련이 1986년부터 매년 여름에 열고 있는 행사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지난해 7월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CEO 하계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전경련 제공 |
그러나 올해 행사에서 몇몇 중견기업에 행사장 부스 이용 대가로 1억원 안팎의 협찬비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중견기업 협찬비는 2000만~2500만원 선이었다. 전경련은 매년 행사장에 기업이 홍보할 수 있는 작은 부스 20개 정도를 마련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전경련 이름 값으로 2000만원 정도는 쓸 수 있지만, 4일짜리 행사에 전시장을 쓰는데 1억원 안팎의 비용을 내는 것은 부담이 된다”며 “전경련 재정 상황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중견기업 입장에서는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계포럼에 참가하는 기업은 200만원(부부 기준)의 참가비와 수천만원의 협찬비 외에 가수 초청비용, 고객 선물 등 부대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하계포럼에는 매년 200정도의 회사가 참가하는데, 한 회사당 협찬비를 평균 3000만원만 낸다고 가정해도 전경련은 60억원의 협찬비를 거두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 사이에서는 전경련이 하계포럼을 이용해 사실상 운영비를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또 FKI 미디어라는 출판 미디어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FKI미디어는 몇몇 중견기업들에 오너의 자서전 및 홍보 영상 등을 제작해 주겠다며 수억원을 요구하기도 한다. FKI 미디어는 그동안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 관련 책을 출판했지만, 최근에는 중견기업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자서전에 들어갈 내용도 기업이 다 제공하고 영상 하나 찍는데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경련이 올해 7월에 개최할 예정인 CEO 하계포럼 일정에 대해서도 일부 기업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경련은 올해 3월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민간 경제외교에 집중하고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회원사에 보낸 공문을 보면 하계포럼 3박 4일 동안 외부 강사 강연은 총 10시간에 불과하고 골프는 일부 기업의 경우 매일 한 차례씩 총 18시간이 배정돼 있다. 첫날엔 오전에 골프를 치고 오후에 50분 강의, 2일째와 3일째에는 오전에 170분 강연을 듣고 오후엔 골프를 치거나 관광을 하는 스케줄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전경련 해체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임원들이 회삿돈으로 골프를 치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CEO 하계포럼은 귀중한 경영 정보를 교류하고 각계 인사들과 교류의 폭을 넓히는 뜻깊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이 회원사에 보낸 ‘2017 CEO 하계포럼’ 일정. 3박4일 일정에 강연은 9시간 30분, 골프 및 관광 등은 12시간이 책정돼 있다. 일부 회원사는 26일 오전에도 골프 스케줄이 잡혀 있다./전경련 제공 |
전재호 기자(j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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