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우보세]4차 산업혁명 물결 속 벤처의 현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소수의견. 사전적 정의로는 의사결정이 다수결에 의해 이뤄지는 합의체에서 다수의견에 포함되지 않아 폐기된 의견을 소수의견이라고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을 근간으로 하기에 같은 이해집단에 속하지 못한 소수의견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벤처·중소기업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책 및 R&D(연구·개발)사업에서 소수의견이다. 이를 결정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본회의를 구성하는 민간위원 10명 중 중소기업계는 단 한 명에 그친다. 민간위원의 절반은 학계가, 나머지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인사다.

과학기술정책 및 R&D사업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는 지금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지면 따라잡기 쉽지 않기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벤처기업들이 정작 정책수립에서는 소수의견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전세계적으로 정책의 초점은 창업과 벤처기업 육성으로 모아지고 있다. 새 정부를 맞이한 우리나라도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앞두고 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킨다는 건 위상 강화를 의미한다. 여기에 걸맞게 중소벤처기업의 정책적 위상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더이상 선진국을 벤치마킹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대학교수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학계는 이미 벌어진 현상을 이론으로 정립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곳이라 산업보다 후행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봐야 하는 곳에서 학계가 중심이 되면 곤란한 이유다. 대기업도 오너가 아닌 CEO(최고경영자)는 임기(2~3년)에 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교수와 대기업 위주로 구성된 현 심의회에서 5~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학계보다 업계가, 대기업 임원보다는 창업자 또는 벤처기업 오너를 중심으로 심의회가 구성돼야 미래를 볼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벤처업계의 지적이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한 벤처기업 CEO는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경쟁해 지속 성장하려면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이미 선도하는 산업을 따라가는 유행 좇기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달려 있는 과학기술정책과 R&D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중소·벤처업계의 목소리가 더이상 소수의견으로 폐기돼선 안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강조하는 새 정부가 가장 먼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yunew@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