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재부 "중장기 과제" 보고하자
"대통령 공약을 늦추겠다는 건가"
- 외교부 "北도발로 대화 못해" 보고엔
"대화할 환경부터 왜 못 만드나"
- '前정부의 정책 평가' 요구도
부처 간부들 "반성문 내라는 얘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소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의 업무 보고에는 냉랭한 기운이 돌았다. 새 정부가 임명한 국정기획위원들이 한마디씩 '일침'을 가하자, 기재부 간부들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위원들은 비공개 회의장에서 "(정권이 바뀌었으니) '마인드 세팅'을 다시 해달라"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업무 보고를 지켜본 관계자는 "위원들 발언 맥락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는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으니 적극적으로 국정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이날 기재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공약들을 '중장기 과제'로 분류해 보고했으나,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측에선 "대통령 공약을 늦추겠다는 뜻이냐"는 뒷말도 나왔다.
이날 다른 회의장에서도 '군기'를 잡는 분위기였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중소기업청 업무 보고 자리에서 "중기청이 기존 틀을 그대로 둔 채 (대통령 공약대로) 청(廳)에서 부(部)로만 바뀌면 우리 중소기업 정책이 국민 기대에 부합할 수 있겠느냐"며 "전문가들이 '중기청 공무원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 업무 보고 때는 외교부 측이 '작년 두 차례 핵실험을 포함한 거듭된 도발로 북한과 대화를 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하자 위원들이 "조건이 형성돼야 대화를 할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창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중기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과 통상 기능 외교부 이관, 소방과 해양경찰의 분리 독립 등 최소한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6월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과 에너지, 무역 정도의 업무만 남는 산업부에서는 "보수 정부 10년간 확대됐던 조직이 위축되게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번 업무 보고는 총 22개 부처를 상대로 26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추진 과정에서는 '정책 반성문' 제출 요구도 나왔다. 국정기획위가 정식 대면 보고에 앞서 서면 보고를 요구하면서 '과거 정부 추진 정책 평가 및 새 정부 기조에 따른 개선 방안'이라는 답변 항목도 포함시켰는데, 정부 등 일각서 논란이 됐다. 정부 부처 한 간부는 "과거 보수 정부에서 추진해 온 정책에 대한 '반성문'을 내란 얘기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정부에 "6월까지 공공 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등을 위한 세부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 실행하라는 것이다.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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